지난달 30일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항공우주기업 에어버스DS의 위성연구소. 눈만 빼고 온몸을 가린 청정복을 입고 클린룸에 들어서자 5m 간격으로 벽에 설치된 전광판이 먼저 눈에 띄었다. 10초마다 바뀌는 빨간색 숫자들은 각각 현재 시각과 온도·습도·미세 먼지 양을 알리고 있었다. 클린룸답게 먼지의 양은 '0'. 에어버스DS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공동 연구진은 외부 이물질의 유입이 완전히 차단된 이곳에서 해양·환경 관측 인공위성 '천리안2B'의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었다. 기존 환경 감시 위성은 한반도 주변만 촬영했지만, 새 카메라를 단 천리안2B는 황사(黃沙)의 발원지인 중국 고비사막까지 한눈에 감시할 수 있다. 한반도의 하늘과 바다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발생 단계부터 추적할 우주의 '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황사 발원지까지 감시하는 '천리안(千里眼)'

필립 뤼케 에어버스DS 책임연구원은 "한반도로 오는 황사나 미세 먼지를 3만6000㎞ 이상 상공에서 정확히 확인하려면 위성의 '눈'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천리안 2호가 앞으로 우주 공간에서 10년간 문제없이 임무를 수행하도록 진동검사·수명시험·전자파시험 등 성능 검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툴루즈의 에어버스 DS 위성연구소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개발자들이 인공위성‘천리안2B’에 들어갈 부품들을 점검하고 있다. 에어버스DS와 공동 개발해 2019년 발사 예정인 천리안2B는 촬영 범위가 넓어져 황사 발원지인 중국 고비사막까지 한눈에 감시할 수 있다.

이날 연구원들은 위성이 지상을 관측할 때 눈 역할을 하는 반사경(거울)과 이를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섭씨 55도의 용기 안에서 6만 번 이상 움직여 내구성을 확인하는 검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과 프랑스 연구원들은 검사 결과를 보고 서로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천리안2호는 올해로 수명이 다하는 천리안 1호를 대신할 기상·환경 관측 정지궤도위성이다. 기상·화산 관측을 담당하는 2A호와 한반도 주변 해양·환경을 관측하는 2B호로 나눠 각각 내년 6월과 2019년 3월 발사할 예정이다. 항우연은 이 중 2B호에 실릴 카메라와 광검출기와 같은 핵심 장비를 2013년부터 에어버스DS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장비들은 오는 6월 한국으로 옮겨 위성 본체와 합친다. 정부는 천리안2호 개발에 2019년까지 7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먼저 발사하는 2A호의 장비는 미국 위성업체 해리스와 개발하고 있다. 뤼케 연구원은 "천리안 2B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한국의 황사와 미세 먼지 관측·예보 능력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사는 보통 중국 북부지방과 몽골 건조지대의 사막에서 발생하는데 바람을 타고 평균 일주일 이내에 한반도로 건너온다.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기존 천리안 1호는 카메라 성능의 한계로 중국 동북 지역에서야 처음 황사를 관측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황사가 도시와 공장에서 나온 다른 오염물질과 섞여 정확한 예측이 어려웠다.

이에 비해 천리안 2호는 멀리 중국 고비사막에서 황사가 발생하는 동시에 관측이 가능하다. 황사가 언제 한반도에 도착하고, 먼지의 양은 어느 정도가 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항우연은 밝혔다. 위성 카메라의 해상도가 1호에 비해 4배가량 높아져 황사뿐 아니라 중국발(發) 미세 먼지도 10마이크로미터(10만분의 1m) 이하의 미세 입자까지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천리안 2호는 바다에서도 1호가 하지 못하던 연안의 녹조·적조까지 확인할 수 있다. 광검출기가 이전보다 더 많은 파장의 빛을 감지해 훨씬 깨끗하고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용상순 항우연 위성탑재체전자팀 책임연구원은 "천리안 2호는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이 움직여 한반도 상공에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 정지궤도 위성"이라며 "최근 국내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황사와 녹조 발생을 24시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주도로 위성 기술 국산화도 박차

우리나라는 천리안 2호 개발로 정지궤도 위성 기술 자립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위성 본체의 경우 2007년 천리안 1호 개발 때는 에어버스DS로부터 통째로 사 왔지만 이번에는 모두 국내 기술로 제작했다. 카메라 같은 핵심 탑재체 개발도 절반 가까이 한국이 맡았다. 천리안 1호 공동 개발 과정에서 기술력을 쌓은 덕분이다. 천리안 3호부터는 위성의 본체는 물론 탑재체까지 국내에서 개발·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위성 국산화에는 국내 기업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천리안2호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두산중공업이, 지구 상공 600㎞의 저궤도를 도는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은 한화·LIG넥스원 등이 위성 기술 자립화를 앞당기고 있다. 이상률 항우연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국내 기업들과 함께 위성 장비의 국산화를 앞당겨 현재 13조원 규모인 중·대형급 정지궤도 위성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