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계, 500만원이 넘는 O**** 브랜드 제품입니다. 11달러(약 1만2200원)라니 말도 안돼요. 빅스비 신기하긴 한데, 똑똑하진 않네요. 공부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 삼성전자의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 ‘갤럭시S8플러스(+)’ 공개 행사를 마친 후 바로 제품 체험대를 찾았다.

빅스비 비전을 사용해 삼성전자 스마트시계 기어S3의 이미지·쇼핑검색을 하는 모습

빅스비의 사물인식 기능인 ‘비전’을 활용해 명품 시계를 촬영하자, 1초도 안돼 이미지 검색과 쇼핑 검색이 완료됐다. 비슷한 모양의 시계가 검색되긴 했지만, 동일한 제품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500만원이 넘는 명품시계가 11달러짜리 시계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동일한 방법으로 기어S3를 검색하자, 쇼핑몰에서 제품조차 찾지 못했다.

그토록 사용해보고 싶었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Bixby)’. 현장에서 빅스비의 반응은 엇갈렸다. 신기하고 놀랍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기대와 달리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삼성전자 갤럭시S8의 모습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빅스비는 가능성이 크지만, 걸음마를 걷는 수준의 아기 같았다.

빅스비 담당 삼성전자 개발자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 빅데이터를 축적해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초보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시간이 지나 지식이 축적되면, 더 정확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빅스비, 터치 이상의 간편 소통…시간이 필요해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갤럭시S8과 갤럭시S8플러스(+)의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통해 그동안 손가락 터치로 했던 스마트폰의 제어를 음성 명령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음성명령을 받은 빅스비는 사용자의 일정이나 약속 등을 처리하고 주요 앱을 작동시킬 수 있다.

갤럭시S8 왼쪽 측면 볼륨 버튼 아래에 위치한 빅스비 전용버튼

가령, 그동안 촬영한 사진을 앨범(폴더)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선택하고 폴더를 만들고 이동시켜야하는 작업이 필요했지만, 갤럭시S8에서는 빅스비한테 “오늘 찍은 사진, 가을 폴더 만들어 정리해줘”라고 말로 시키면 된다. 명령과 실행이 1단계로 간소화하는 것이다.

갤럭시S8에는 왼쪽 측면 볼륨 버튼 아래 '빅스비' 전용 버튼이 있다. 어떤 작업을 하던 도중이라도 빅스비 버튼을 눌러 명령을 내리면 된다. 또 전용 버튼을 누르지 않고 ‘빅스비~’라고 불러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빅스비는 사용자의 명령을 이해할 수 없을 경우에는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수행 가능한 부분까지 처리한 후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만약 사용자가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가 빅스비에게 “저 화면을 캡처한 후 나한테 메시지로 보내라” 명령한다면, 빅스비는 순서에 따라 명령을 수행한 뒤 ‘보내기’ 작업만을 남겨 두고 “보낼까요?”라고 되묻는다. 이는 과금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또 빅스비는 사진이나 영상 속의 물체나 글을 인식해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점의 위치, 온라인 쇼핑몰을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한국, 미국, 영국 등에서 빅스비 서비스가 제공되며, 한국에서는 삼성 페이 쇼핑으로 바로 연결해 물건을 구매하는 데도 빅스비를 쓸 수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아마존과의 협력을 통해 빅스비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빅스비의 사물의 인식률은 높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는 아직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빅스비가 명실상부한 ‘AI 비서’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빅데이터를 통해 정보를 최적화 하며 더 똑똑해지는 딥러닝 과정이 거쳐야 하는 것이다.

갤럭시S8(왼쪽), 갤럭시S8 플러스(오른쪽)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서드파티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영화예매, 음식배달 등 다양한 서드파티들이 갤럭시S8과 연동하면서 내놓는 빅데이터가 빅스비를 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음식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과 협력한다면, 빅스비를 통해 짜장면과 제육볶음을 배달시켜먹을 수 있는 세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의 플랫폼화를 통해 모든 사물을 하나로 엮고, 모든 명령을 음성으로 진행할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삼성 커넥트라는 앱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와 삼성 커넥트를 에어컨, 청소기, TV 등과 소통하는 도구로 진화시킬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소비자의 편리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갤럭시S8, 매끈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디자인…눈깜짝할 사이에 얼굴 스캔

갤럭시S8을 처음 봤을 때 매끈한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의 테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아 스마트폰 모양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보는 느낌이었다. 좌우 베젤을 거의 없앴고 상하 베젤도 최대한 밀어 올렸다.

베젤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전면의 홈버튼도 없어졌다. 대신 기존의 물리적 홈버튼을 선호했던 사용자들을 위해 홈버튼 위치에 압력 센서를 탑재했다. 기존 홈 키가 위치한 부근을 손가락으로 누르자 진동 효과가 느껴졌다. 홈버튼을 ‘꾸욱’ 누르던 사용성을 유지하면서 더 커진 화면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18.5대 9 화면비율을 채택해서 21대 9 콘텐츠와 16대 9 콘텐츠를 모두 최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21대 9 와이드 영상을 재생할 경우 나타나던 위아래 검은 부분이 없어 몰입감이 좋았다. 그립감(잡는 느낌)도 좋았다. 화면 크기가 이전 모델보다 18% 가량 커졌지만, 좌우 폭은 넓어지지 않아 손이 작은 사람도 한 손으로 조작하기에 부담이 없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하좌우를 깎아 화면은 커졌지만 단말기 크기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의도치 않은 기능이 실행됐던 일명 ‘고스트 터치’ 문제도 개선돼 한 손으로 완벽히 조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S8은 베젤을 거의 없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덕에 ‘멀티윈도우’ 기능이 한층 강력해졌다. 기존에는 영상을 보면서 SNS 메시지를 작성할 경우, 키보드가 영상을 가리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갤럭시S8에서는 영상을 보면서도 불편함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스냅 윈도우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앱에서 원하는 영역을 선택해 화면 상단에 고정시킨 후, 나머지 화면에선 다른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 앱의 주가 화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화면, 야구 문자 중계 화면 등을 선택해 스냅 윈도우로 고정해놓으면 다른 앱을 쓰면서도 수시로 정보 변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제품에서 또 다른 특징은 얼굴인식의 도입이다. 순서대로 얼굴을 등록한 후, 셀피를 찍듯이 전면 카메라를 바라보자 1초도 안 돼 스마트폰이 잠금 해제된다. 얼굴을 인식한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홍채나 지문을 활용한 잠금 장치만큼 강력해 어떤 언락(Unlock) 옵션을 선택해야 할 지 고민스러울 정도였다.

갤럭시S8 카메라에는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됐다.

카메라는 후면 듀얼 픽셀 1200만 화소, 전면 8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와 전·후면 각각 F1.7 렌즈를 탑재했다. 특히 전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됐을 뿐만 아니라 AF(오토 포커스)가 적용돼 흔들림 없이 또렷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카메라는 한 손으로도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제품을 한 손으로 쥔 채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좌우로 밀면 필터나 모드 변경를 변경할 수 있다. 상하로 밀면 전·후면 카메라 전환이 가능하다. 줌인 아웃 조작도 한 손으로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