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IT(정보기술)에 기반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사업(O2O·online to offline)을 강화하고 있다. O2O는 동네 가게에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주문해야 했던 서비스들을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O2O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온라인에서 찾아낸 수요를 실제 오프라인 공급자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와 방법이 다양해짐에 따라 유통 대기업들과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각 O2O 부문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SK플래닛은 전자상거래 서비스 ‘11번가’를 통해 생활밀착형 O2O 사업 키우기에 나섰다. 11번가 내 '생활 플러스'라는 섹션에서는 청소·세탁·세차·옷 수선 등 집안일이나 셔츠·구두 맞춤 제작, 배달 음식 주문 등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모든 서비스가 스마트폰 앱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용하기 편하고 시간 절약 효과가 크다.

유통기업들의 O2O 시장 진출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시도다. 자금력과 관리 능력을 갖춘 유통 대기업과 아이디어를 갖춘 신생 스타트업들이 O2O 시장에 함께 진출하면서 서비스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측면도 있다.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일반인들의 사용이 늘면서 새로운 시장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SK플래닛이 서울 신촌에서 저전력 블루투스(BLE)를 활용해 모바일 쇼핑을 할 수 있는 '시럽(Syrup)' 서비스를 선보였다.

시장이나 대형마트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신선식품류도 어느덧 O2O 서비스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SK플래닛은 지난해 12월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24시간 내 수도권 지역에 배송해 주는 스타트업 ‘헬로네이처’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헬로네이처는 2012년 서비스 개시 후 가입자 20여만명, 제휴 생산 네트워크 1000여개, 최근 1년 매출 성장률 350% 등을 기록한 인기 O2O 스타트업이다.

김민정 SK플래닛 상무는 “O2O는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연결하거나 중개하는 기존 사업모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가 필요할 때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소비자 편에 선 유통매체’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O2O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오프라인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오프라인 서비스에서 느끼던 소비자들의 불편을 O2O 서비스가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해소해 주느냐가 관건이다.

O2O 서비스 업체들은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세심하게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O2O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패션업계, 백화점 업계는 의류 관련 O2O 서비스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조현승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부문장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비용을 얼마나 드는지’가 중요했던 이전 유통산업 구조에서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가진 거대 기업이 우위를 지켰지만, 이제는 ‘소비자 개별 취향을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O2O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1000억원에서 2020년 8조7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O2O업계에서는 시장 규모가 커질 수록 기존 골목상인과 소상공인 등 오프라인 사업자와의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O2O 플랫폼 업체가 자사 정책을 강요하면서 `갑질` 논란이 발생하거나, 수수료 인상·인하를 둘러싸고 대치 국면이 벌어지는 식이다.

하상욱 옐로오투오 MRO전략기획실장은 “이상적인 O2O 서비스는 ‘특정 업체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으니, 모두 이 서비스만 써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다 제공해 줄 수 있지만, 소비자가 더 경쟁력 있는 것을 선택해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개별 업체들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연대(얼라이언스)하면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