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가 ‘포스트 차이나’ 시대를 대비해 인도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인도는 인구 13억명의 대국이며 매년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부터 위생환경 개선 캠페인 ‘클린인디아’를 전개해 인도에서 화학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또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시장으로 부상 중이어서 현지에 생산시설을 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석유화학 관련 제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클린인디아 캠페인 수혜 PVC 수요 늘어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올 상반기에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 2공장에서 생산하는 CPVC(염소화폴리염화비닐)를 인도에 수출할 계획이다. 산업용 특수 배관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CPVC는 PVC(폴리염화비닐)보다 염소 함량을 약 10% 늘려 내열성, 내부식성 등이 뛰어나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당초 예정보다 인도 수출 일정이 다소 지연됐으나 조만간 CPVC 제품을 인도에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울산에 연간 3만톤 규모의 CPVC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글로벌 CPVC 시장은 연간 29만톤(6300억원) 규모이며 연 10%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인도, 중동 등이 유망 시장으로 꼽힌다.

인도 정부가 위생환경 개선 캠페인 ‘클린인디아’를 전개하면서 화장실, 하수도관용 PVC(폴리염화비닐) 수요가 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9년까지 11조7000억원을 투입해 화장실 6000만개와 하수도관 시스템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인도 전역에서 진행되는 청소·정화 활동으로 파이프라인 등에 사용되는 PVC 수요가 늘고 있다. 현지 업체가 생산하는 PVC 생산이 충분치 않아 한국 등에서 부족한 물량을 수입해 써야 하는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한국 PVC 수출량의 50~60%가 인도에 집중되고 있다”며 “클린인디아 캠페인으로 PVC 스프레드(제품 판매가와 원재료 가격 차이)가 확대돼 LG화학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LG화학은 PVC 관련 기초 소재 생산 비중이 높으며, 1996년 인도에 있는 폴리스티렌 제조사를 인수한 바 있다. 폴리스티렌은 플라스틱 수지 제품이다. 현재 인도 동부 비자카파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인도 수출액은 지난해 3.6% 감소한 116억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올 1월에만 27.1%(2016년 1월 대비)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화학제품 수출 증가가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3년 후 세계 3위 자동차 시장 매력적…무역장벽은 부담요인

인도는 지난해 11월 화폐개혁을 시행하면서 소비 시장이 다소 위축됐다. 하지만 이륜차 판매가 줄었을뿐 승용차는 월 3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인도가 2020년까지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C와 일본 미쓰이화학의 폴리우레탄 합작사 MCNS는 2017년 2월 인도 첸나이 인근에 시스템하우스를 설립했다. 서호석 MCNS 인도 법인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시스템하우스 설립과 관련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SKC와 일본 미쓰이화학의 폴리우레탄 합작사인 MCNS는 지난달 인도 첸나이 인근에 시스템하우스를 설립했다. 시스템하우스는 폴리올 등의 원료에 첨가제를 혼합, 고객사 맞춤형 폴리우레탄을 생산하는 거점을 의미한다.

MCNS는 1만4000톤 규모의 시스템하우스를 올해내 완공할 계획이다. SKC는 “이번에 인도 시스템하우스를 설립하면 글로벌 시스템 하우스는 미국, 멕시코, 중국 등 세계 11곳으로 늘어난다”며 “한국·일본 자동차·가전 회사가 다수 인도에 진출해 있으며, 향후 인도 회사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인도가 잠재력이 큰 시장이나 무역장벽은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반덤핑 부과건수가 327건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수입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도가 소득, 인구 증가로 향후 PX(파라자일렌), PET(폴리에스테르) 수요가 중국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며 “정책리스크나 기술유출 위험 등이 있기에 아직 한국 기업이 직접 진출해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