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사채권자의 채무재조정 설득을 앞두고 본인의 급여 100%를 반납하며 직원들에게도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정 사장은 그동안 급여의 30%를 반납해왔다.

정 사장은 29일 오전 7시50분 사내방송을 통해 “지금이야말로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와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임직원들에게 추가 고통분담을 간청하기에 앞서 저부터 급여 전액을 반납하도록 하겠다. 우리 모두 사생결단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자신의 임금 반납에 임직원도 동참할 것을 부탁하며 회사 상황을 직접 설명한 것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23일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 2조9000억원 지원, 부채 2조9000억원 출자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추가 지원안을 발표했다. 추가지원의 전제조건은 채권자, 회사 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손실 부담이다.

정 사장은 “대주주와 채권단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구계획의 철저한 이행과 추가 고통분담이다. 여기에는 무쟁의·무분규 지속, 전 직원 임금 10% 반납을 포함한 총액 인건비 25% 감축 등이 포함된다”며 “임금 반납 등은 개개인에게 있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별로 없으며 우리 스스로 먼저 움직여야 한다”며 “외부에서는 우리를 혈세 먹는 하마라고 한다. 채권단·시중은행·사채권자에게는 고통분담을 하라고 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고통분담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외부 이해관계자의 손실 분담을 요청하기에 앞서 국민은 우리가 어떤 결단을 내리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의 이같은 호소는 4월 17~18일 5차례의 사채권자집회를 앞두고 회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절차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기간에 만기가 다른 다섯종류의 회사채 투자자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시도하게 된다. 이 중 하나라고 부결되면 회사는 복합형 구조조정 제도인 P플랜(Pre-Package Plan)에 들어간다. P플랜은 모든 채권 채무를 조정하는 장점이 있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채권단의 신속한 신규자금지원이라는 장점을 지닌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을 결합한 구조조정 제도다. 그러나 큰 틀에서 법정관리이기 때문에 기존 수주 계약에서 선박 발주를 취소할 수 있는 트리거 조항이 발동할 수 있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사채권자 집회에서 1조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의 절반을 출자전환(주식으로 교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만기를 3년 연장해달라 요청할 예정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28.9%(3900억원)를 갖고 있어 국민연금의 결정이 초미의 관심사다.

정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2015년 지원을 받을 때는 회사 자체 부실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단기 유동성 문제가 주 원인인 점을 설명했다. 그는 “우선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지원받고 경영정상화를 약속했는데 결국 지키지 못했다”며 “유동성 위기로 또 다시 손을 벌리고 회사와 우리 직원들이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상황이 된 점에 대해 사장으로서 큰 책임을 느끼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회사가 올해 최대 3조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도 수주가 15억 달러에 그쳐 선수금 입금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미 건조를 마친 드릴십은 인도가 안돼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올해 건조되는 선박 대부분은 계약 금액의 60% 이상이 선박 인도시 지급되는 헤비테일 계약으로 원가 투입과 수금 시점이 불일치해 건조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4월부터 시작되는 회사채 만기 상환도 자금 부족의 또다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만약 어느 한쪽이라도 손실분담을 받아들이지 않아 추가 지원의 전제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채권단은 즉시 P플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며 “P플랜은 기본적으로 법정관리와 같아 만약 P플랜이 추진되면 인력·설비 감축 등 보다 강제적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실행된다. 건조 계약 취소 등 회사의 생존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금 부족은 9월까지 증가하다가 선박이 인도되면서 차차 감소하기 시작해 내년 말에는 균형을 이루리라 예상된다”며 “이번 추가지원이 이뤄질 경우 회사의 부채비율은 300% 이하로 대폭 개선되고 수익성 높은 LNG선과 경쟁력 있는 특수선 건조를 통해 흑자를 내는 작지만 알찬 회사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