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체 A사의 지난 3월 9일 주가는 7600원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내려진 직후부터 이 업체의 주가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등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A사는 별다른 실적 개선이 없는데도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다. 탄핵 선고와 함께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자 유력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4차 산업 육성'과 관련된 이른바 '정책 테마주'였기 때문이다. 21일에는 최고치인 1만4100원을 찍었다. 금융감독원은 이 업체를 정책 테마주로 분류하고 정밀 모니터링에 나섰다.

올해 5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식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예년 같으면 '박근혜주' '문재인주' '안철수주' 등과 같은 이른바 정치인과 관련된 테마주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출산 장려'처럼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과 관련된 종목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100여 개 '정치인 테마주'와 50여 개 '정책 테마주'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정치인 테마주의 주가 변동률은 2.1%에 불과했지만, 정책 테마주의 주가 변동률은 10.5%를 기록했다. 정책 테마주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주가 변동률이 정치인 테마주의 5배나 되는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특히 주목받는 정책 테마주는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 드론, 로봇과 관련된 업체의 주식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예비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 후보 등 유력 후보들이 저마다 '4차 산업혁명'을 공약으로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정책 테마주가 인기를 끄는 것은 탄핵 등 정치 상황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예년 같으면 대선 기간이 길고, 선거 때마다 새로운 후보가 등장해 비교적 오랜 기간 노출되는 등 '정치인 테마주'가 인기를 끌 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탄핵 선고 후 두 달 안에 대선이 치러지고, 과거 '문국현' '안철수'처럼 단기간에 떠올라 주목받는 후보도 없기 때문에 후보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대신 유력 후보들이 내건 특정 공약과 정책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밖에 몇 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금융 당국이 특정 정치인 테마주 감시를 강화하다 보니, 이른바 '풍선효과'로 정책 테마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은 "대선을 앞두고 근거 없는 루머와 풍문에 따라 투자하지 말고, 기업 가치를 꼼꼼히 살피고 나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