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미국의 ASIC(주문형 반도체) 전문 팹리스인 e실리콘, 특허괴물로 알려진 램버스와 네트워크칩 사업 동맹을 맺었다. 세 기업의 연대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도래와 함께 수요가 커지는 서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e실리콘, 램버스는 14나노 공정의 네트워크 프로세서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프로세서란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범용 반도체와 달리 정보통신망의 정보 입출력을 관리하고 제어하는 전문 프로세서를 말한다.

삼성전자의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로 구성된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최근 5세대 이동통신이 본격화하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서버 간 유기적인 연결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IoT 플랫폼이 확대될 수록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고성능 네트워크 프로세서이 필요하다.

세 기업이 동맹을 맺은 것도 이런 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e실리콘은 지난 2010년 설립된 미국의 팹리스 기업으로, 주문형 반도체와 특수 메모리 설계 및 생산 지원 등에 특화한 기업이다. 주로 대만의 TSMC와 파트너십을 맺어왔지만 이번엔 TSMC의 맞수인 삼성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세계적인 ‘특허괴물’로 널리 알려진 램버스는 다수의 핵심 메모리, 메모리 컨트롤러, 소프트웨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e실리콘이 삼성전자와 함께 서버 업체,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요구에 따라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이를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램버스는 이 과정에서 초고속 네트워크 솔루션인 '28G SerDes(Serial/Deserializer)'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이 생산된 네트워크 프로세서에 자사의 초고속 메모리 기술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결합한 아이큐브(i-Cube) 기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HBM은 D램을 실리콘관통전극(Through Silicon Via, TSV) 기술을 적용해 다이(Die)를 적층시켜 데이터 전송률을 크게 높인 초고성능 메모리다. 인텔, 엔비디아 등 서버용 칩 시장 강자들이 AI용 고성능 컴퓨팅을 위해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세 기업의 연대는 네트워크칩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인텔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인텔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에서 열린 'MWC 2017' 행사에서 5G 네트워크 장비에 접목할 수 있는 '아톰', '제온' 프로세서 제품군을 선보인 바 있다. 인텔은 기존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서버용 CPU를 레버리지(지렛대) 삼아 서버간 고속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네트워크 프로세서와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계산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은 AI, IoT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서버 시장에서도 독점적 구도를 만들기 위해 네트워크칩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5G 열풍과 함께 급성장이 예상되는 네트워크칩 시장에서도 인텔과 반인텔 진영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