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이 글로벌해양펀드의 도움을 받아 한진해운신항만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부산신항은 모든 터미널이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갈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진(002320)은 부산신항 3터미널인 한진해운신항만(HJNC) 합작관계 정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공시했다. 한진은 “펠리샤가 보유하고 있는 한진해운신항만 전환우선주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 유상감자와 상환을 합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부산신항 한진해운신항만

한진해운신항만은 한진이 보통주 198만857주(지분율 50%+1주)로 1대 주주고, 사모펀드 IMM 자회사인 펠리샤가 우선주 198만855주(지분율 50%-1주)로 2대 주주다. 한진이 부산항만공사(BPA), 글로벌해양펀드와 손잡고 펠리샤가 매각 중인 지분 198만855주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감자대금은 3650억원이고, 거래종결은 오는 5월로 예정돼 있다. 감자재원은한진, 부산항만공사, 글로벌해양펀드의 증자로 조달하기로 했다.

한진은 보유 중인 부산신항 1터미널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 지분 40%를 매각해 115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글로벌해양펀드가 5월까지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부족한 500억원은 부산항만공사가 출자할 예정이다. 정부가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한 글로벌해양펀드에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산신항 터미널 5곳 중 3터미널을 제외한 1, 2, 4, 5터미널은 외국 업체들이 운영 중이다. 1‧4터미널은 싱가포르 항만공사(PSA), 2터미널은 두바이포트월드(DPW)가 운영사 최대주주다. 5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는 국내에서 투자금을 조달했지만, 호주계 투자회사다.

당초 펠리샤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다른 투자자들이 인수할 경우 한진은 경영권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펠리샤는 2013년 한진해운신항만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우선주 1주를 보통주 9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거래에 포함시킨 바 있다. 펠리샤는 신주인수권부채(BW) 형식으로 지분에 참여했기 때문에 우선주 1주를 보통주 9주로 전환하면 최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이날 국책은행 참여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해양펀드가 지분에 참여하기로 결정되면서, 한진은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부산항만공사의 출자 여부는 펀드 조성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펠리샤 지분이 외국계 터미널 운영사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글로벌해양펀드가 해운산업 보호 정책 차원에서 지분 투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