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예산 40% 이상 감축
-회장단 회의·사회협력회계 폐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0년 동안 사용해온 단체명을 버렸다.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하면서 해체를 막기 위한 사과와 쇄신에 나섰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혁신안을 발표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회원사와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 드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단체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몰고온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주도한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실질적인 모금을 주도하며 위기에 처했다. 전경련이 1968년부터 사용해온 단체명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회장단 중심의 협의체를 기업 중심으로 바꿔 회원사 소통과 경제외교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허 회장은 “한기련이 앞으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정치와의 고리를 완전 차단하겠다”며 “부당한 요청에 따른 협찬과 모금 활동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 오너 중심이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사무국 역할은 이사회를 보조하는 것으로 제한하겠다”고 덧붙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세가지 혁신 방향인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역할 강화를 제시했다. 이후 혁신위원회를 구성, 혁신안을 마련했다. 혁신안은 회장단 회의 폐지, 사회협력회계 폐지, 조직·예산 40% 이상 감축 등을 담고 있다.

전경련은 1961년부터 회장단회의가 중요 의사결정 역할을 했는데, 앞으로는 회의를 더이상 열지 않는다. 주요 의사결정은 새로 신설되는 경영이사회에서 이뤄진다. 경영이사회는 전문경영인 20여명으로 구성돼 사무국의 독단적인 판단을 막는다. 이사회 산하에는 경제정책위원회 등을 두고 회원사 의견을 수렴한다.

전경련은 앞으로 회원사 소통 기능과 한미재계회의 등 민간 경제외교 역할에만 집중하면서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한다. 전경련 사무실도 전경련회관 내 4개층에서 2개층으로 줄인다.

조직은 기존 7본부 체제를 커뮤니케이션본부·사업지원실·국제협력실 등 1본부 2실 체제로 개편, 대폭 축소한다. 보수단체 어버이연합 지원, 재단 출연 주도 등으로 논란이 된 사회본부를 폐지한다. 기존 경제·산업본부의 정책연구기능은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이관하고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 정책 연구 외 저출산, 4차 산업혁명 등 국가적 어젠다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사회협력회계도 폐지해 조직과 예산 양쪽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활동내역과 재무현황 등을 홈페이지에 연 2회 공개해 공익법인에 준하는 수준으로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에 발표한 혁신안은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전경련은 혁신안이 확정된 뒤 상표 등록 작업 등을 할 예정이다.

한편 전경련은 조직 쇄신과 관련해 배상근 전무를 총괄 전무 겸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으로, 엄치성 상무를 국제협력실 실장에, 이상윤 상무보를 사업지원실 실장으로 임명했다. 유환익 상무는 한국경제연구원으로 파견을 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