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달부터 전차종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반면 현대차와 한국GM 등은 최근 신차 출시에도 가격을 인하했다. 신차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고려해 안전·편의사양을 높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완성차업체의 가격 전략은 차량 판매 실적과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 회사마다 처한 사정이 달라 다른 가격 전략을 들고나온 것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중형 세단 SM6의 돌풍에 힘입어 전년 대비 12% 증가한 25만7345대를 팔아 출범 이후 두번째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호실적이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가격 인상이라는 강수를 둘 수 있는 배경이 됐다.

현대차와 한국GM은 내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신차 가격 인하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해 신차 효과로 차량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차와 한국GM도 신차를 출시해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르노삼성 가격 기습 인상 배경은 자신감?

르노삼성은 지난달 SM6, QM3, QM6 등 6개 차종의 가격을 최대 75만원 올렸다. 차종별로는 전체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형차 SM6의 가격을 가장 많이 올렸다. SM6 2.0 GDe 가격 인상폭은 65만원, 1.5 dCi의 경우 60만원, 1.6 TCe의 가격 인상폭은 55만원이었다. QM6의 경우 35만원 올렸고, QM3의 가격은 트림별로 25만원가량 인상됐다.

르노삼성은 강판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격 인상에 따른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급 트림에만 적용된 윈드 실드 글라스와 LED 주간주행등을 가장 낮은 트림까지 기본 적용했다.

SM6.

르노삼성 관계자는 “포스코 강판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며 “가격을 조정하면서 기본사양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르노삼성과 한국GM, 쌍용차는 올해 초 포스코와 강판 공급가격을 톤당 10%가량 올리기로 합의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의 이번 가격 인상을 최근 급격히 좋아진 판매 분위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SM6는 현대차 쏘나타의 아성을 흔드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택시 시장을 제외하고는 국산 중형 세단 1위에 올랐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처럼 포스코에서 강판을 공급받는 쌍용차와 한국GM은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다”며 “가격을 올려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 가격 내린 현대차·한국GM

최근 현대차나 한국GM은 신차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내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판매 부진을 털기 위해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줄지어 출시하고 있다. 특히 중형차 LF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뉴 라이즈를 계획보다 일찍 내놓으면서 가격은 이전 모델과 같거나 오히려 내렸다. 쏘나타 뉴라이즈의 가격은 르노삼성 SM6보다 200만원가량 낮다.

쏘나타 뉴라이즈.

현대차가 가격을 인하한 것은 중형 세단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렸던 쏘나타를 공격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쏘나타 내수 판매량은 8만2203대로 전년대비 24%나 감소했다. 기아차도 올 뉴 모닝에 대해 출시 첫 달부터 할인 프로모션에 들어갔다.

한국GM은 지난 8일 신형 크루즈의 가격을 최대 200만원 낮췄다. 올 뉴 크루즈의 가격은 동급 경쟁차종보다 최대 400만원이나 비싸게 책정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 초기 품질 문제로 출고가 지연된 것도 가격을 인하하게 된 계기로 풀이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차는 수입차와 달리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저항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자동차 가격이 수천만원씩 하다보니 소폭 인상의 경우에는 판매량이 뚝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