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4일 “올해 반드시 흑자 전환해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고, 만약 흑자 전환되지 못할 경우 능력의 한계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 조욱성 부사장, 김열중 부사장 등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이날 서울 다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 받은 지 1년 반 만에 또 다시 추가지원을 받게 돼 송구스럽다”고 했다.

정 사장 등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모든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 충담금을 설정해 충실하게 정리했고, 소난골을 제외한 모든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도 5월까지 인도될 예정”이라며 “한 번만 더 믿어달라고 하기도 죄송하지만, 반드시 흑자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4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신규로 지원받게 될 자금 2조9000억원을 선박 건조 자금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건조 자금이 필요한 시점과 인도 후 자금이 들어오는 시점이 맞지 않아 자금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현재 정상적인 조선소들이 받을 수 있는 선박 건조 금융을 못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지원되는 유동성 공급으로 이런 부족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위험도가 높은 EPC 방식의 일괄 수주 부분에서 철수하려고 한다”며 “LNG, 컨테이너, VLCC 등에서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300% 아래로 낮아지면, 경쟁 입찰에서 필요한 물량은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으로 구성된 ‘빅3’보다 두 회사만 남는 ‘빅2’가 한국 조선업계 경쟁력을 위해서 맞는 방향이라고도 했다. 정 사장은 “세계 조선업계 생산 능력을 봤을 때 지금 국내 조선업계 생산 능력이 많은 편”이라면서도 “어느 날 갑자기 대우조선해양 문을 닫고 직원들을 모두 집에 보내는 방식은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지금처럼 지원해서 작고 단단한 회사를 만든 뒤 업체별 장점을 살리는 식으로 국가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 사장은 3차에 걸쳐서 자구 계획을 마련해 실행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매각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지 않게 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인건비를 좀 더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발주처 사정으로 인도가 지연돼 1조원에 가까운 건조 대금을 못 받고 있는 소난골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인도에 조금씩 속도가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소난골이 드릴십 운영사를 정하고 있고, 배를 용선해서 쓸 오일메이저와의 업무협약(MOU)도 맺는 등 배를 가져가기 위해 필요한 단계가 하나씩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일메이저와의 용선 계약이 체결되면 파이낸싱 문제 해결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 “건조 자금 투입과 회수의 시간 차이에서 단기 자금 부족 현상 발생”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겪고 있는 단기 자금 부족 현상의 원인을 수주 부진, 프로젝트 연기‧취소, 건조 자금 투입과 회수의 시간 차이 등에서 찾았다.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5억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당초 수주 목표액 115억달러의 13% 수준이다.

밴티지, 동, 소난골, 시드릴, 앳우드 등 주요 프로젝트들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대우조선해양은 건조 대금 대부분을 인도 시점에 몰아서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으로 계약해 미인도된 프로젝트의 경우 건조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난골 프로젝트의 경우 드릴십 2기 건조를 모두 마쳤지만, 인도하지 못하면서 1조원에 가까운 건조 대금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까지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작년 12월까지 자구안 34%(1조80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필수 생산설비를 제외하고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매각 중이다. 전체 정직원 23% 수준인 3118명을 줄였고, 복지‧연장근로 제한과 임금 반납 등으로 1인당 인건비를 24% 줄였다.

◆ “자신 있는 LNG 분야에서 경쟁력 갖출 수 있어…저가수주 원천적으로 차단”

대우조선해양은 LNG 분야에서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반 선박 분야에서 평균 영업이익률이 3.6%였지만, LNG 선박 분야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8%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LNG 선박의 경우 시장 점유율 47%를 가지고 있고, 1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점유율 57%를 기록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선박 등 회사가 가장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선종을 중심으로 매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흑자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수주잔량 108척 중 50척이 LNGC-FSRU로 LNG 관련 선박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저가수주 가능성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7월 이후 채권단이 파견한 경영관리단으로부터 회사 경영일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독단적인 저가수주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며 “지난날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 있는 일반 상선과 특수선 부문에 주력하고 무분별한 해양사업을 자제함으로써 새로 태어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