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에 편중돼 온 글로벌 진출 전략을 수정해 북미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게임 업체들이 한국 게임을 베끼는 분쟁이 빈번한 데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조치로 한국 게임의 유통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게임 시장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지만 그동안 국내 게임 업체들이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 숙제 같은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 VR(가상현실) 게임이 등장하고 모바일 게임 시장이 팽창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신규 공략이 성공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게임업계의 판단이다. 동남아시아 게임 시장은 게임 인구 증가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는 시장 중 한 곳이다. 한류와 같이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문화도 국내 게임 업체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전시장에서 한 관람객이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 테이블 아레나’를 체험하고 있다(큰 사진). 지난 10일 미국 보스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팍스 이스트 2017’에 마련된 넥슨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신작 ‘로 브레이커즈’를 즐기고 있다.

엔씨·넥슨 등 주요 게임 업체, 북미 시장 정조준

작년 '던전 앤 파이터'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넥슨은 올 초부터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10일부터 미국 보스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글로벌 게임쇼 '팍스 이스트 2017'에 참가해 신작을 선보인 것. 신작 PC 게임 '로 브레이커즈(LawBreakers)'는 초기 단계부터 해외 개발진이 대거 투입됐다. 넥슨 관계자는 "해외 국가 가운데 미국에서 처음 내놓을 정도로, 북미를 타깃으로 개발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미국의 VR 기기 업체 오큘러스의 손을 잡았다.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에서 엔씨소프트의 첫 번째 VR 게임인 '블레이드&소울 테이블 아레나'를 공개했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모바일 게임 연구소인 '아이언 타이거 스튜디오'를 설립해 현지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북미용 모바일 게임 신작을 개발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북미·유럽 시장의 매출 비중을 현재 18%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북미 시장 투자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스타워즈나 지아이조와 같은 미국에서 유명한 만화나 영화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인수한 캐나다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카밤 스튜디오와 함께 영화 '트랜스포머' 캐릭터를 활용한 RPG(역할수행게임) '트랜스포머:포지드 투 파이트(TRANSFORMERS: Forged to Fight)'를 개발해, 연내 내놓을 예정이다.

급성장하는 동남아 게임 시장

동남아 게임 인구는 1억2000만명에 달한다. 동남아 전체 인구(6억200만명)를 고려하면 여전히 잠재력이 큰 것이다. 동남아 게임 시장은 올해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모바일 게임 '뮤오리진'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웹젠은 연내 동남아 시장에 신작 PC 게임 '뮤 레전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작품은 다음 달 개발 완료하고 국내에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웹젠은 "그동안 동남아 현지 파트너사에 게임 유통을 맡겼지만, 이번 신작부터는 본사에서 직접 진출해 유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작년 10월 태국의 게임 유통 업체 'iDCC'를 인수해 태국 게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올해는 현지 인력을 대거 채용해 규모를 늘리는 한편, '진·삼국무쌍: 언리쉬드' 등 모바일 RPG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병욱 넥슨 글로벌 사업 총괄 본부장은 "태국 게임 시장은 올해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태국을 거점으로 삼아, 급성장하는 동남아 모바일 게임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