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자영업' 치킨집이 최근 3연타에 휘청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로 닭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며 매출이 감소하더니, 지난달부터는 AI 후폭풍으로 닭 사육량이 줄어 닭값이 뛰었습니다. 치킨집들은 "1만6000원짜리 치킨 한 마리 팔아 200~300원 남는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그런데 설상가상(雪上加霜) 브라질 썩은 닭 파동으로 치킨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정부는 "문제가 된 브라질 BRF사의 21개 작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17~18일 전국 치킨 전문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킨집의 86%가 "AI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닭고기를 먹는 것과 AI 감염이 무관한데도 평균 매출 감소율은 29.7%에 이를 정도입니다. 그나마 이 조사는 브라질 썩은 닭 파동 전에 이뤄졌습니다.

육아맘 카페 등 인터넷 소비자 커뮤니티에선 "수입육 감식을 제대로 하는 것 맞나?" "브라질에서 먼저 조사하지 않았으면 계속 썩은 닭 먹었을 것 아니냐"는 등 정부 해명 자체를 불신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치킨집 점주는 "100% 국내산 닭을 사용한다고 표기가 돼 있는데도 산지가 어디냐고 묻는 손님이 많아졌다"며 "AI도, 닭값 상승도, 썩은 닭 파동도 모두 내 잘못이 아닌데 너무 속상하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식품업계에선 불안감이 커질 경우, 정상적인 브라질산 제품까지 썩은 고기 취급을 받으며 수입산 닭고기 전체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브라질산은 국내 수입 닭의 83%, 전체 닭고기 소비량의 12%를 차지합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닭고기 수급 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2004년 발생한 일명 '쓰레기 만두' 파동 때도 확인되지 않은 막연한 불안감에 만두 매출이 급감하며 식품업체들이 줄도산했습니다.

소비자가 안전한 음식을 찾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제품을 쓰지도 않은 치킨집 점주들은 속이 타들어갑니다. 이번 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서 '향후 휴·폐업 및 업종 전환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27.3%, 비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는 41.5%가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