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회사원 김모씨는 얼마 전 잘 아는 설계사로부터 "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일단 종신보험으로 가입했다가, 추후에 필요하면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쓰임새가 많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하는 것과 연금보험에 직접 가입하는 것 중 어떤 것이 유리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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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보험설계사가 사망보험금이나 적립금(해지환급금)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연금전환특약' 기능이 있는 종신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을 위한 종신보험, 노후를 위한 연금 기능,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 기능으로 다양한 설계가 가능" 등의 설명이 따라온다. 하지만 따져보지 않고 쉽게 연금으로 전환했다가는 보험금 수령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종신보험 연금 전환 기능과 연금보험 중 어떤 상품이 유리한지 7가지 질문을 통해 정리했다.

1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익인가,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더 좋나.

"가입자의 목적에 따라 다르다.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은 목적 자체가 다른 보험이다. 종신보험은 사망 때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이 나오는 보장성 보험이다.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사망 보장이 없어진다. 반면, 연금보험은 연금 수령 등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성 보험이다. 같은 보험료를 같은 기간 불입했을 때, 연금 수령액만 놓고 따지면 연금보험의 연금액이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했을 때보다 많다. 하지만 연금보험은 사망 등 보장 기능이 미흡하다."

2 같은 보험료를 냈을 때 연금 전환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연금액 차이는.

"40세 남성 A씨가 매월 26만2000원씩 20년간 내고 사망 시 1억원을 주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20년간 내는 보험료는 6288만원이고, 여기에 이자를 더하고 보험사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적립금은 5586만원이다. A씨가 60세에 종신보험을 연금 전환하면 매년 연금 수령액은 263만원이 된다. 하지만 같은 보험료를 같은 기간 내는 연금보험에 가입했을 경우에는 낸 보험료는 동일해도 적립금이 7742만원으로 더 높다. 위험보험료를 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연 수령 연금액도 344만원으로 더 많다."

3 그렇다면 설계사들은 왜 종신보험을 권하나.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둘 다 준비하고 싶지만, 두 상품에 모두 가입하기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단 종신보험으로 상품을 유지하되, 앞으로 필요에 따라 연금으로 바꿀 수 있는 '선택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고객이 종신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설계사가 받는 '모집 수당'이 더 높은 점도 원인 중 하나다. 보장성 보험인 종신보험은 위험 보장에 대한 컨설팅 비용 등이 감안되기 때문에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 보험보다 보험설계사에게 더 많은 수수료가 지급된다."

4 적어도 낸 보험료 이상 연금을 받으려면 종신보험을 언제 전환해야 하나.

"종신보험은 원금 도달 기간이 오래 걸리는 보험이다. 10년 납 종신보험의 경우 가입한 지 대략 15년이 지나면 적립금이 내가 낸 보험료만큼 쌓인다. 이때 이후 연금으로 전환하면 적어도 내가 낸 보험료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기에 종신보험을 해지하거나, 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낸 보험료보다 적게 돌려받는다. 위에서 예를 든 A씨가 보험 가입 20년 뒤 해지했을 경우 종신보험의 해지환급금은 5586만원, 연금보험은 7742만원으로 차이가 크다. 보통 종신보험 가입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5 종신보험을 사망보험금으로 받는 것과 연금으로 받는 것 중 어떤 것이 유리한가.

"연금 전환 때 금리 수준, 본인의 기대수명에 따라 다르다. 연금으로 전환하게 되면 종신보험 공시이율이 아닌 연금보험의 공시이율이 적용된다. 통상 공시이율은 연금보험이 더 높고, 보험사가 '최소한 이 정도의 이자는 지급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최저보증이율은 종신보험이 높다. 금리가 높은 상황이라면 연금으로 받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저(低)금리 상황에서는 최저보증이율이 높은 종신보험이 유리할 수 있다. 또 그간 금리가 높아서 적립금이 크게 불어났거나, 수명이 길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도 연금 전환이 유리할 수 있다."

6 종신보험으로 사망보장과 연금 전환 두 가지 목표를 같이 달성할 수는 없나.

"연금 선지급특약을 이용하면 된다. 사망보험금을 일정 비율 감액하고, 감액한 만큼 나오는 해지환급금을 연금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단 이 경우에는 연금을 정해진 기간 동안만 받을 수 있고, 세상을 뜰 때까지 연금을 받는 종신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7 연금 전환을 하지 않고 종신보험을 노후 자금으로 쓰는 방법은.

"계약을 해약하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빼서 쓰는 방안인 '중도 인출'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보험료를 6000만원 내고 사망 때 1억원을 받는 종신보험이라면, 납부한 돈 중에 3000만원을 중도에 찾아서 사용하는 식이다. 이 경우 사망보험금은 줄긴 하지만 사망 보장 기능도 남아 있고, 남은 돈도 종신보험의 이율을 적용받으며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