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은 불과 4.5%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는 세계는 전자와 광자 등 서로 다른 17개의 기본 입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 기본 입자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이 물리학의 ‘표준모형’이다. 표준모형으로 설명되지 않는, 즉 인간이 알 수 없는 우주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채워진 ‘암흑세계’로 불린다.

물리학의 표준모형 입자들(위)과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암흑세계(아래)가 연결되는 ‘포털에 대한 모식도

기초과학연구원(IBS) 순수물리이론 연구단의 입자물리 및 우주론 그룹 연구진은 이런 암흑세계의 입자를 탐색할 수 있는 이른바 새로운 ‘포털’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입증하고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했다고 23일 밝혔다.

포털은 물리학자들이 암흑세계의 입자를 탐색하는 데 활용하는 개념이다. 암흑세계의 입자들을 표준모형의 입자와 연결하는 소통 통로와 같다. 암흑세계의 입자들은 자신들끼리만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직접 탐색이나 연구가 불가능하다. 포털은 암흑 세계의 입자와 표준모형 입자가 약하게나마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준다. 표준모형의 입자들은 측정 가능한 스핀, 질량 등이 기존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IBS의 이혜성 연구위원, 쿠니오 카네타 연구위원은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되는 ‘액시온’과 가상입자인 ‘암흑광자’를 연결하는 포털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암흑광자는 1990년대부터 이론물리학자들이 제시한 가상의 입자로, ‘암흑전하’를 갖는 물질과 상호작용하며 암흑세계에서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광자와 달리 질량이 있는 게 특징이다.

암흑물질의 후보 중 하나인 액시온을 검출하려는 기존 연구에 이용되는 ‘액시온 포털’은 표준모형에 없는 새롭고 무거운 ‘쿼크’가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쿼크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의 입자들 중 하나로 표준모형에서는 6개 종류의 쿼크가 3쌍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매개입자인 무거운 쿼크가 암흑광자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 결과 액시온-광자-암흑광자 간 상호작용의 크기를 이론적으로 도출해내는 데 성공하고 이 새로운 포털을 ‘암흑 액시온 포털’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혜성(사진)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액시온 연구와 암흑광자 연구, 두 분야를 연결하는 유의미한 고리를 최초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기존 액시온과 암흑광자를 찾는 실험에 새로운 방법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