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남 광양시에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을 찾았다. 후판은 선박 건조나 교량 건설에 주로 활용되는 두께 6㎜ 이상인 철판이다. 광양제철소 후판부는 포스코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준비 중인 스마트팩토리를 우선 도입해 시범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5월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포스프레임(Pos Frame)'을 자체 개발했다. 포스코가 지금까지 쓰지 못했던 수없이 많은 '마이크로데이터(Mirco Data)'를 분석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포스프레임을 이용하면 제품 100㎜마다 기록되는 압연 하중, 고온 강도, 원자재인 슬래브 두께 등 각종 마이크로데이터를 수집해 필요에 따라 쓸 수 있어 품질을 높이고 불량률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를 시범 적용 중인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운전실.

광양제철소 후판부 사무실에서 포스프레임에 특정기간을 입력한 뒤 '조선용후판충격불량' 관련 자료를 검색했다. 순식간에 4만5577건의 데이터가 나왔다. 중복 데이터와 이상(異常) 데이터를 클릭 한 번으로 제거하고 남은 데이터만 2만7884건이었다. 그동안 생산 공정에서 이상이 생겼을 경우 원인 분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됐지만, 빅데이터 분석으로 불량 원인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은 이처럼 조업·품질·설비를 모두 아우르는 데이터 통합 인프라를 갖춘 뒤 각종 이상 징후를 사전 감지하거나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선행 분석체계를 구축해 일관생산 공정의 스마트화를 추진 중이다. 김찬우 스마트팩토리추진팀 과장은 "스마트팩토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이를 어떻게 제어할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지능형 공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제철소가 똑똑해지고 있다. 포스코는 50년간 축적된 제조 노하우와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최적의 생산현장을 구현함으로써, 최고 품질의 제품을 경제적으로 생산·공급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에서도 레이저 센서와 AI를 활용하는 기술을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시범 공장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부터 다른 공장에도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4차 산업혁명 준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달 4차 산업혁명 선두 제조업체인 독일 지멘스,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 등을 잇달아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과 만난 권 회장은 선진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존 사업의 본원 경쟁력을 높이는 스마트팩토리 구축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과 ICT 기술을 융·복합하는 '스마트 인더스트리'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스마트 솔루션에 기반을 둔 고유역량 확보로 미래 성장엔진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