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스마트팩토리'라 불리는 경남 성산구 한화테크윈 제2사업장 항공기 엔진 신공장. 경기 침체로 신축 공장을 찾아보기 어려운 창원지역의 몇 안되는 신축 공장이다. 공장은 1만3752㎡(4160평) 규모로 지난해 11월 준공됐다. 1987년에 지어진 바로 옆 다른 한화테크윈 공장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주황색 건물이 단지내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항공엔진사인 GE(제너럴일렉트릭)의 최신형 리프(LEAP) 엔진 부품을 생산한다. 공장 한편에서는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조사인 P&W에 납품할 GTF 항공엔진 부품 생산라인 증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화테크윈 스마트팩토리에서 로봇이 엔진 가공부위를 다듬고 있다.

항공기 엔진의 공정 과정은 100단계 이상으로 복잡해 그동안 수작업 위주였다. 항공기 엔진 제조 과정에선 제품 특성상 1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디는 니켈·티타늄과 같은 난삭 소재를 정교하게 깎고 가공하는 까다로운 작업이 요구된다. 스마트팩토리라는 말대로 이곳에서 일하는 생산직 직원은 12명뿐이다. 대신 첨단 로봇 장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마트팩토리에 들어서자 육중한 팔을 휘두르는 로봇이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엔진 몸체에 수백개의 부품을 삽입, 조립하는 부싱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이렇게 사람 손을 대신하는 3개의 로봇 팔이 조립, 용접, 다듬기를 하고 있다. 임재영 항공엔진사업본부 상무는 "사람이 하루종일 할 수 없는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작업 피로로 인한 부상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한쪽에는 사각형으로 칸칸이 나눠진 제품 창고에서 자동화 기계가 재료를 꺼내와 제품을 공정 장치에 장탈착해 밀링(절삭) 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24시간 붙어 제품과 치구(이동장비)를 장탈착하고 관리해야 했다. 하지만 자동화 설비를 통한 유연생산시스템(FMS)을 구축하면서 지금은 작업자가 8시간 정도만 자동공급 기계와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16시간은 기계가 홀로 작동한다. 옆에서는 이동로봇인 AGV가 레이저스캔과 공장 전역에 설치된 위치감지 장치를 통해 제품을 자동으로 다음 공정으로 옮겼다.

현재 스마트팩토리는 완성 상태는 아니다. 계획 대비 20% 수준이다. 한화테크윈은 스마트팩토리 완성을 위해 공정 자동화와 지능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능화 작업은 기계와 기계를 연결하고, 미리 상황을 예지·제어하는 자율제어기반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10월 GE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사물인터넷(IoT) 기술 플랫폼인 '프리딕스' 등을 적용하기로 했다. 한화테크윈은 같은해 11월에는 한화S&C등 일부 계열사와 '스마트팩토리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지능화 세부 계획을 세웠다. TF팀은 올해 초 인도의 GE공장 등을 둘러보는 등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올해는 데이터를 모으는 시스템과 기계와 기계를 연결하는 RFID(전자태그) 설치 등 자동화에 지능화를 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2018년말까지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자유제어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임재영 상무는 "한화테크윈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품질·납기 체제를 구축해 사내공정결함과 납기지연을 없애고 자동화율을 75%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한화테크윈은 그룹내 제4차 산업혁명 선두주자다. 한화테크윈의 스마트팩토리 기술은 그룹내 교과서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방한한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과 만나 한화테크윈과 항공 엔진·가스터빈 분야의 지속적인 협력방안, 산업용 IoT 적용에 대해 논의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산업간의 경계를 허무는 초융합과 초연결, 초지능의 기술혁명은 이미 우리를 새로운 미래로 이끌고 있다"며 "일선 현장에서 원가절감, 기술혁신, 공정개선 등 경영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