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사, 우유 좀 주문해줄래?"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현장.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알렉사(Alexa)'를 탑재한 LG전자의 스마트 냉장고는 말을 알아듣고 사람과 대화도 한다. 이 회사의 또다른 프리미엄 냉장고에는 온도·습도는 물론이고 노크, 동작 감지, 거리 측정, 문 여닫기 등 다양한 인간의 행동을 읽는 센서 20여 개가 들어간다. 이 냉장고는 식품이 상할 때 발생하는 미량의 가스를 감지해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로 AI 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AI는 인간의 두뇌작용을 컴퓨터가 스스로 추론·학습·판단하면서 행동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1~3차 산업혁명을 증기기관, 전기동력과 대량생산, 인터넷 등이 이끌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은 AI와 로봇"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알렉사’.

글로벌 IT업계는 AI 전쟁중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AI 비서 서비스를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가정용 스피커에 탑재된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MS 코타나' 등이 그 예다. 구글은 최근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픽셀'과 AI 스피커 '구글홈'을 출시해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섰다. MS는 지난해 6월 262억달러(약 29조3500억원)에 인수한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 AI 비서 서비스 코타나(Cortana)를 적용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중국의 행보도 눈에 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는 AI R&D를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약 1300여명 개발자와 200억위안(약 3조256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했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도 자체 개발 AI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LG전자·네이버·KT·SK텔레콤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다음 달 선보일 스마트폰 '갤럭시S8'에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빅스비(Bixby)'가 탑재된다. 빅스비의 가장 큰 특징은 음성 인식 기능뿐 아니라 시각 검색, 결제 기능까지 지원한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조만간 대화형 인공지능 엔진 '아미카'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인식해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또 오는 31일 열리는 서울모터쇼에서는 카메라·레이더 등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AI로 분석해 장애물을 피하며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인간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AI…자율주행차에서 스마트 팩토리까지

AI의 활동 영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5세대(5G)로 향해가는 빠른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가 연결되는 초연결·초지능 사회에 돌입하면서 자동차, 집 등 AI가 인간의 활동 영역 구석구석으로 침투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는 PC, 스마트폰을 잇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촉망받는 '디지털 기기'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TRI(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총 50억달러(약 5조 6000억원)를 투입해 무인차의 핵심인 AI와 로봇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크루즈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을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에 인수했다. 독일의 BMW도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며 AI와 자동차의 융합을 본격 선언했다.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은 공장 자동화 등 '스마트 팩토리'의 출현으로도 이어진다.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 내 설비와 중간 부품이 스스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제품을 생산하는 무인공정을 구현하는 것으로, 제조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독일의 지멘스(Siemens), 미국의 로크웰 오토메이션(Rockwell Automation) , 일본의 미쓰비시(Mitsubishi) 등이 각 국가를 대표해 스마트 팩토리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이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지원하는 일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독일은 2012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의 융합으로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제조업 혁신 전략을 실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일본재흥전략 개정 2015·2016'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요 신성장 전략으로 내세우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AI, 로봇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1년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 보고서를 기반으로 첨단제조파트너십(AMP)을 발표했으며 중국은 30년 후 제조업 선도 국가 지위 확보를 목표로 하는 '제조업 2025'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