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의 모든 핵심 기술은 프로세스 챔버(Process Chamber)라는 장비 안에 있습니다. 챔버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세정이고 코팅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스스로를 챔버 솔루션 프로바이더(Chamber Solution Provider)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태룡 코미코 대표이사(사진)은 세정과 코팅 공정이 반도체 품질 유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일정한 품질의 반도체를 꾸준히 생산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조금의 부산물이라도 생기면 민감한 반도체의 특징상 일관된 성능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룡 코미코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코미코를 단순한 세정·코팅 기업이 아닌 장비 문제 해결사(Chamber Solution Provider)라고 소개했다.

오는 2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코미코는 국내 최초의 반도체 세정 및 코팅 전문 기업이다. 이밖에도 반도체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태양광 산업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필두로 한 디스플레이 산업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공단 내 위치한 코미코 본사를 찾았다. 김 대표는 “2013년 물적분할 이후 대표이사에 취임했는데 이제 상장까지 성공했다”며 “이번 상장을 통해 해외 거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 삼성전자 출신의 국내 반도체 1세대…전화위복이 된 ‘오스틴 호텔의 눈물’

김태룡 대표는 1984년 경북대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시계용 IC칩, 초대규모 직접회로(VLSI) 개발이라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삼성전자가 나아갈 길을 묻는 최종면접 자리에서 당시 면접자였던 김 대표는 홀로 “초대규모 직접회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반도체 생산의 기초단계인 IC칩부터 개발해야 한다고 말할 때였다.

그렇게 삼성전자에 입사한 김 대표는 국내 반도체 1세대 엔지니어가 됐다. 2006년까지 약 20년 동안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을 책임지는 프로젝트장으로 근무했다. 2007년에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DRAM을 생산하는 8인치 라인을 10인치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도맡았다. 건물 건축부터 시설 투자, 생산의 모든 부분을 책임졌다.

이때 코미코를 만났다. 김 대표는 “오스틴 반도체 생산라인을 위한 세정업체를 찾던 중 원가경쟁력 면에서 코미코를 따라올 만한 기업은 없었다”며 “코미코 공장 준공 당시에 축사를 하기도 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김 대표는 당시 코미코를 이끌고 있던 전선규 현 미코 회장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2006년 코미코가 확보한 공장은 원래 반도체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건물이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클린룸이 세정 공정에서 쓰이는 것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그만큼 초기 투자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나날이 늘어나는 적자에 전 회장은 오스틴 시내 호텔에서 불꺼진 공장을 보며 3년간 매일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오히려 초기 투자가 전화위복이 됐다. 기존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던 다른 업체와 달리 훌륭한 시설과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코미코는 삼성전자, IBM를 비롯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업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당시 삼성전자(005930)에서 오스틴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김 대표와의 인연도 이때 이어진 것.

이후 김 대표는 2013년 코미코가 반도체 부품 생산 업체인 미코(059090)와 세정 전문 업체인 코미코로 물적분할을 하면서 코미코의 대표이사로 합류했다.

김 대표는 “전 회장과 아직도 종종 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다”며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코미코 미국 오스틴 공장은 전체 매출 비중의 28%를 차지할 뿐 아니라, 반경 400km내에서 가장 낮은 가격과 좋은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애프터마켓 개척하는 코미코…기술력으로 사로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흔히 반도체 코팅과 세정 공정은 생산된 반도체 자체에 코팅을 입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상은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핵심 장비인 프로세스 챔버의 부품에 발생한 오염물과 부산물을 제거하고 원상태로 회복시켜주는 작업이다.

부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특수 가스가 노출되기도 한다. 인체에 해롭고 환경에도 유해할 수 있어 전문 인력의 손길이 필요하다. 반도체 제조공정의 수율을 높이고, 부품의 수명을 연장시켜 제조기업의 원가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코미코 내에서 세정·코팅 과정을 거친 반도체 부품들의 모습이다. 위(세정 전)에 비해 아래(세정 후)의 상태가 개선됐다. 이를 통해 반도체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동안 세정·코팅 공정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였다. 김태룡 대표는 “대부분의 업체에서 세정 전문가들이 아닌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들이 이 공정을 맡고 있는 실정”이라며 “코미코는 전문 인력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공정을 시행하기 때문에 부산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부품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SK하이닉스(000660)와 같은 대형 고객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미코는 기술력으로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국내외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코미코는 2015년부터 신기술 코팅 프로모션을 통해 고가 소모품의 가격을 80% 가까이 줄여주는 제안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이 코팅 신기술은 SK하이닉스 등에서 본격적으로 채택됐다.

◆ 점점 수요 느는 세정·코팅 공정… 해외 거점 다각화에 열 올리는 코미코

반도체 시장은 사이클(경기주기)에 민감하다. 사이클은 수요와 공급이 결정한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슈퍼 사이클’을 타고 있다. 모바일 등 새로운 IT제품들이 개발되면서 반도체 공급량이 수요량을 소화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기술이 집적화, 고도화되면서 세정·코팅 공정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었다. 김 대표는 “반도체 집적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더 많은 부산물이 장비 내에 쌓이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세정 기술과 더 빈번한 세정 및 코팅 작업이 필요하다”며 “최근 3차원 수직구조 NAND(Vnand)의 경우 장비 세정 기술을 가진 업체를 찾기 어려워 새 시장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코미코는 태양광과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경우,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에도 투자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고급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유기발광 다이오드 생산 과정에서는 코미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양한 분야에서 반도체가 이용되면서 해외 거점의 추가 확보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최근 고객사들의 설비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거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에 시안 2공장을 통해 3D NAN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외에도 기존 확보한 해외거점인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서도 추가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코미코는 지난 2013년 물적 분할을 겪으면서 변화를 맞았다. 반도체 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미코(059090)와 세정·코팅 사업부인 코미코가 분리됐다.

김 대표는 “당시 물적 분할의 이유는 2가지였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챔버 내 기능성 부품 생산 사업이 일본 기업들에게 밀리면서 정상화 과정이 필요했고, 세정·코팅 사업 역시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본 유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코미코는 이번 상장을 통해 불황에 더 강한 기업을 거듭날 것”이라며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해외 거점 지역 투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35억원

▲주요 주주: 미코(43.3%), 케이엠씨홀딩스(24.8%)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전체 807만5000주의 30.9%인 250주

▲주관사(NH투자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반도체 세정 및 코팅산업, 태양광 산업은 사업의 특성상 전방산업의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특성이 있음. 증권신고서 제출일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포함한 외형성장을 시현하고 있으나, 국내/외 경기변동 및 전방산업, 영업환경 변화에 따라 성장성 및 경영성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음.

-반도체 산업은 전방산업에 대한 기술 파급력 및 다년간의 기술집약, 대규모의 투자자본 등의 특성에 따라, 국가 기간산업의 특성을 보이고 있음. 따라서 각 국가와 핵심기업은 자국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유로 반도체 칩 제조업체들은 당사와 같은 세정, 코팅 업체에게 기술수준의 향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음. 고객사의 기술개발 및 진보에 따라 새로운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고객에게 프로모션 함으로써 지속적인 매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나, 고객사의 기술 발전 트랜드에 미치지 못하거나, 요구하는 품질수준에 미달될 경우, 거래지속에 제약을 받을 수 있음.

-태양광시장은 2011년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시현하였으나, 유럽지역의 경기불안 및 유가하락에 따른 태양광 전력의 수익성 감소, 공급과잉 등에 따라 수년간 업종의 침체를 경험. 장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태양광 업계 참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당사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부문의 사업전개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