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청소를 하며 생계를 꾸려온 김모(69·서울 도봉구)씨는 두 달 전 소속 청소업체로부터 갑자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김씨는 매일 인력사무소를 찾아가지만 매번 퇴짜를 맞는다. 그는 "며칠 전에는 '60대 초반도 수두룩한데 당신 같은 노인이 무슨 일을 찾느냐'는 말을 듣고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나처럼 노후 대비를 못해 밥벌이를 해야 할 친구들이 많다"면서 "일자리를 구하려면 경기도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청소업체 대표 이모씨는 "청소 용역은 2~3년 전만 해도 60대 후반~70대 초반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50대 후반 대졸 출신도 있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의 인력사무소 대표 윤모씨는 "요즘엔 건설 현장에도 60세 안팎의 구직자가 넘쳐나 대형 건설 현장은 만 62세부터는 일용직으로도 안 받는다"고 말했다.

711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퇴직하기 시작하면서 노년층의 일자리 구하기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특히 60대 초반의 '젊은 노인'들이 인력 시장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60대 후반 노년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일자리 사정은 노후 빈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젊은 노인들이 60대 후반 일자리 잠식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60세 이상 노인 실업률은 7.1%로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도 작년 2월보다 5만4000명이 늘어 역대 최다인 27만3000명을 찍었다. 청년 실업만큼이나 노인 실업도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고령화로 노인 인구 자체가 증가한 데다 그동안 경제활동을 안 하던 노인들이 생활고 탓에 '나도 벌어야겠다'며 구직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노인 일자리 시장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비교적 젊은 60대 초반 노인들이 60대 후반 노인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젊은 노인'인 60~64세와 65세 이상 노인으로 나눠보면 지난 10년간(2008년 2월~2017년 2월) 젊은 노인 실업자가 2.4배 증가하는 동안 60대 후반 실업자는 10.9배나 증가했다. 노인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들이 일자리를 잠식하다 보니 60대 후반 실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서울의 청소 업체 대표 박모씨는 "월 140만원짜리 청소 업체에서 밀려나면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영세 업체 아르바이트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2015년부터 60대로 편입된 이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2015~2017년 2월 60~64세 노인 실업률은 3.4~3.5%로 변함이 없는 반면 65세 이상 실업률은 7.4%에서 10.3%로 뛰었다. 2015년 2월 317만5000명이던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달 359만2000명으로 41만7000명 늘었는데 이 중 29만2000명(70%)이 60~64세였다. 60~64세 인구가 307만명으로 65세 이상 인구(710만2000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쏠림 현상이 심한 셈이다. 고용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 쉬었던 이전 세대와 달리 퇴직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백수 자녀 가진 노년층, 취업 전선으로

취업하지 못한 자녀들을 데리고 사는 노년층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두 세대에 걸쳐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는 자녀들이 오랫동안 취업에 실패하면서 노년 부모들이 대신 일자리를 찾아 나오고 있지만 요즘엔 경비원이나 음식점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시에 사는 가정주부 이모(60)씨는 지난겨울부터 베이비시터 자리를 찾고 있다. 이씨는 "서울로 유학 보낸 30대 딸이 아직도 취업이 안 돼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남편은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했고 갖고 있는 재산이라고는 집 한 채밖에 없어 올해부터는 나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지만 경기가 안 좋아 베이비시터 자리도 3개월째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