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의 운명이 점점 미궁(迷宮)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14일 채권단에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9일에는 정치권까지 "해외 매각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채권단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당초 "컨소시엄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채권단 차원에서 검토해보겠다"면서 20일 우리은행 등 7개 다른 채권기관에 컨소시엄 허용 관련 의견을 22일까지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채권단 관계자는 "안건에 부의하는 것이 허용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고,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향후 금호타이어의 운명은 ▲채권단의 컨소시엄 허용 여부 ▲소송 진행 경과 ▲박삼구 회장의 자금 조달 여부 등 여러 변수 속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22일 채권단의 컨소시엄 허용 여부가 분수령

가장 큰 관건은 채권단의 컨소시엄 허용 여부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자는 산업은행(32.2%)과 우리은행(33.7%)이다. 두 은행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가결 요건인 75%를 넘기기 어렵다. 당초 두 곳 모두 "박삼구 회장 개인 돈으로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달라진 기류를 보이고 있다. 여기엔 정치권 영향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변인도 같은 날 "고용 보장, 투자 의향 정도 등을 평가하는 '재입찰'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으로서는 매각 절차를 밀어붙이기 어려워진 셈이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광주, 전남 곡성, 경기도 평택에 공장을 두고 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광주·전남 등에서는 채권단이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되면, 기술 유출만 된다면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어느 쪽이든, 소송은 불가피…防産업체 매각 논란까지도

하지만 향후 금호타이어 매각 해법은 간단치 않다. 당장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가하든 안 하든 소송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1조원 가까운 돈을 써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가, 허용하지 않으면 박삼구 회장이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더블스타는 "박삼구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만 우선매수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산업은행 입장이 담긴 확약서를 근거로 매각 입찰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박 회장 역시 "우선매수권 약정서에는 컨소시엄 금지 조항이 명확히 없다"는 주장을 근거로 매각 중단 가처분 신청 등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법원이 양측이 낸 '매각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매각 작업은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면, 채권단이 손을 들어준 쪽으로 일단 금호타이어가 매각될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박삼구 회장 측에 유리한 결론이 나면, 박 회장의 자금 조달 성공 여부도 관건이 된다. 채권단 일각에선 컨소시엄을 허용하더라도 박 회장이 1조원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박 회장 측은 "문제없다"고 반박한다.

한편 더블스타가 인수하더라도 '방위산업 업체 매각'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 군에 트럭·전투기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금호타이어는 정부 지정 방산업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 기업이 방산업체를 인수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형환 산자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매각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국방부·방위사업청과 협의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8년이 지났고 이제야 매각이 마무리될 것 같았는데, 이렇게 된 이상 당분간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