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부활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3~4년 전 청약자를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지난해 분양시장이 과열되면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최근 분양시장 열기가 한풀 꺾인 데다 중도금 대출 금리가 연 4~5%까지 치솟으면서 입주자들의 부담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미분양 우려를 덜기 위해 다시 중도금 무이자 카드를 꺼내고 있다.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 분양 중인 한 아파트 견본주택이 방문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24일 주택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분양했거나 분양을 계획 중인 아파트 가운데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시하는 곳이 늘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분양 중인 ‘꿈의숲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서울지역 1순위 전용 59㎡가 1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효성은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면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시했다. 대림산업도 ‘e편한세상 영종하늘도시2차’를 중도금 무이자로 분양 중이다.

동양건설산업이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 분양하는 ‘평택 고덕파라곤’도 중도금 무이자를 적용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됐다. ‘부산 연지 꿈에그린’, ‘부평 샬레 아넬리스 아파트’, ‘대전 복수 센트럴자이’, ‘울산 남구 남산드림파크’, ‘기흥 힉스유타워’, ‘평택 비전 레이크 푸르지오’ 등도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내걸고 있다.

중도금 대출 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5년 9월 연 2.64%까지 하락했던 은행권 중도금 대출 평균금리는 올해 1월 연 3.9%로 높아졌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 건설사의 지방 사업장의 경우 중도금 대출금리가 연 5%까지 올랐다.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힌 터라, 우리나라 시중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시중금리는 오르고 수억원에 달하는 중도금 마련 부담 때문에 주택 수요자가 청약을 꺼리면 분양시장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내세워 계약률을 끌어올리려고 하는데, 이 경우 대출 이자가 분양가에 선반영되는 경우가 있어 주변 시세와 분양가를 따져봐야 한다 ”고 설명했다.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시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 SK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하는 ‘백련산 SK뷰 아이파크’를 비롯해, ‘해운대 롯데캐슬 스타’, ‘삼송3차 아이파크’, ‘오산시티자이 2차’, ‘안산 라프리모’ 등이 이자 후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자 후불제는 중도금 대출이자를 잔금과 함께 지급하는 것으로 이자 납부 시기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초기 자금 부담은 덜 수 있지만 입주 때 잔금과 중도금 이자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