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5년 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1위로 선진국 문턱에 올라섰지만 아직도 국민들은 선진국다운 삶의 질을 누리고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유엔에서 발표되는 행복지수에 의하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동남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서도 우리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급속한 경제 발전을 겪다 보면 사회 전반의 성숙도가 그에 못미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소위 금수저, 흙수저 등이 상징하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반감은 기회의 평등에 대한 의식이 확산됨에 따라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나 의식이 성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훌쩍 성장한 시민의식과 선진국으로서의 전반적인 기대에 걸맞는 정책이 개발되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은 현재 우리 사회를 괴롭히고 있는 청년실업과 자살률, 그리고 노인복지 등을 포괄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사회문제를 각각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할 수 있는 공통된 해법이 있다. 바로 문화예술교육정책이다. 정부의 행정조직 분류를 보면 청년실업문제는 주로 고용노동부에서, 자살률과 노인복지는 복지부와 여성가족부에서 다루는 이슈인 반면에 문화예술교육정책은 문화관광체육부와 교육부 소관으로,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현상과 그 해법은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있다.

먼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청년실업에 대처하는 정부의 정책은 대기업의 고용 확대와 대학의 취업가능 학과 개설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의 구조를 갖는다. 즉 대기업이 올해 신규 고용을 억지로 늘리면 내년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학의 취업가능 학과가 많아지면 대졸자가 아닌 청년의 실업률은 높아진다.

이에 반해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한 가지는 창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문화의 산업화를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정책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문화예술분야에 존재하는 무한한 잠재적 수요, 특히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 상품의 개발은 문화적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세계의 문화를 주도한 뉴욕이나 할리우드 등 주로 미국에서 영화, 전시, 공연, 그리고 이와 관련된 부가적 제품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한류가 주목을 받으며 문화상품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 빅뱅의 현장 또는 홀로그램 공연, 그리고 한국 기업의 화장품과 카페 등이 보여주는 성과는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이용한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화예술적 자산을 이용하여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은 막대한 고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문화예술적 가치에 대한 교육은 이 분야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다음으로 자살률 감소를 위해서도 문화예술교육정책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의 한 연구는 공연장이나 도시공원이 많은 지역의 자살률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낮다고 보고했다. 경제적 궁핍이나 질병 등 자살의 원인이 되는 수많은 요소들이 여전히 존재하더라도 가벼운 산책이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공연 등을 통해 그러한 부정적 요소들을 잠시라도 잊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생활 속에 녹아 들어간 문화예술적 요소들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소중한 자산이며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등 문화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문화향유를 향유하는 습관을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공교육과정에서 피상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예술향유 활동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정책은 노인복지증진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노인복지문제 역시 빈곤과 질병, 소외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효과적인 문화예술교육정책은 노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적은 비용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하고, 음악치료나 미술치료 등을 통해 치매 진행을 느리게 하거나 고통을 경감할 수 있으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동호회 활동을 통해 외롭지 않은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 역시 다양한 목적에 부합되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공교육과정에서의 문화예술향유 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마치 저축을 하듯 노인이 되기 전에 문화예술향유의 습관을 쌓아 두어야 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이 모든 사회문제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인 실업, 자살, 노인복지 문제들을 공통적으로 경감하는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비록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처방은 아니지만 문화예술교육은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자양분이 된다. 이 자양분을 통해 국민이 행복한 삶을 사는 선진국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