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호 고문은 “한국 경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해 새 성장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2014년 중국 베이징대 특강 모습.

"지금 추세대로라면 주력 산업 가운데 절대적인 비교 우위를 가진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5~10년 내 중국에 뒤질 겁니다. 뼛속까지 바꾸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안현호 삼정KPMG 고문은 최근 '한·중·일 경제 삼국지 2'를 출간하면서 "우리 경제는 재도약하느냐, 영원히 추락하느냐 기로에 놓였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재직 시절 한국·중국·일본 경제 판세를 분석한 '한·중·일 경제 삼국지'를 내놓았는데 이번이 그 속편인 셈이다.

안 고문은 "4년 전 '삼국 중 어디가 이길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답은 확실하다. 중국이 이겼다"고 말했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 '패스트 팔로어(fast-follower)' 성장 모델이 수명을 다하고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눈에 띄지 않고,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내부 개혁이 아닌 기존 정책을 확대·심화한 것에 불과해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은 매년 벤처 기업이 360만개 생겨날 정도로 역동적이다. 그는 "우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 침체 초기 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저출산·고령화, 제조업 조립 완성품 분야 경쟁력 상실, 고비용 구조, 기업들 생산 기지 해외 이전, 만성적 수요 부족 등이 너무 닮았다는 것. 그래서 혁신 중소·중견기업 육성과 부품·소재·장비 산업 초일류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동반 성장이나 녹색 성장, 창조 경제 같은 경제정책을 선거 전략 구색 맞추기 정도로 취급하니 실패할 수밖에요. 차기 정부는 경제·산업의 메가 트렌드와 국내 경제 현실을 고려한 중·장기 대책 패키지에 단계별·기간별 추진 계획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안 고문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장·1차관을 거쳐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