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판결을 내린 후 정국이 빠르게 조기 대선 체제로 접어들면서 부동산 정책도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공통적인 시각은 규제 강화에 맞춰져 있다. 유력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대선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 규제 강화·서민 주거복지 ‘한목소리’

왼쪽부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의 상당수는 부동산 규제를 풀고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부동산 경기를 살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빚내서 집 사라’던 정책은 실패로 끝났고 정권 후반기에는 정책 기조가 부동산 규제 강화로 선회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양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발언과 저서, 칼럼, 인터뷰, 과거 공약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 규제 강화와 서민 주거복지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부동산 경기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문 전 대표는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약하게 만든다”며 “급격한 가계부채 축소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착륙을 목표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지사 역시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지 공식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는데 반대하고 있다. 안 지사는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시장을 이용했다가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일이 많았는데 이런 우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따른 가계부채의 급증을 우려하며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사용해 청년희망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 부동산 보유세 강화 논란

서울 강남·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들.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가장 논란이 될 부동산 관련 공약으로는 ‘부동산 보유세’가 꼽힌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 중인데 부동산 보유세까지 늘어나면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도 “고소득자, 고액 상속,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 임대소득을 비롯해 자본소득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늘려야 한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현 0.79%에서 1.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겠다며 가장 급진적인 부동산 정책 도입을 예고했다. 국토보유세는 땅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세금을 거두겠다는 것으로, 이 시장은 올해 1월에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연간 15조원 정도를 더 걷도록 설계해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선 잠룡 후보들도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당론으로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2배’를 발표했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부동산 거래 활성화보다 규제나 서민 주거 복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부동산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호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