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닌텐도는 비디오 게임기의 역사를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솔 형태인 ‘슈퍼 패미컴’, 휴대용 기기인 ‘게임보이’ ‘닌텐도DS’, 체감형 게임기기 ‘위(Wii)’에 이르기까지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게임기를 출시해왔다.

지난 3월 3일 닌텐도가 출시한 기기 ‘스위치’는 콘솔, 휴대용의 경계를 무너뜨린 게임기기다. 집에서는 TV로 콘솔 형태로 즐길 수 있고 밖에서는 스마트폰처럼 들고 다니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지난 9일부터 닷새간 스위치를 체험해보니, 감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PS4)을 견제할 만한 새 게임기가 출현했구나 싶었다. 지금까지 닌텐도가 만든 모든 게임기의 ‘정수(精髓·essence)’가 담겨있다는 표현이 딱 맞다. 패미컴의 안정성, 게임보이와 닌텐도DS의 휴대성, 위의 역동성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닌텐도의 주가는 스위치 출시 계획 발표 때는 떨어졌다가, 스위치 정식 출시 직후에는 게이머의 입소문을 타며 올랐다. 기자는 닌텐도가 스위치를 공개하면서 함께 판매한 ‘젤다:브레스 오브 와일드’를 직접 플레이해봤다.

닌텐도 ‘스위치’를 휴대용 게임기로 사용할 때의 모습.

◆ 게임기 본좌 닌텐도의 '스위치', 지하철서 즐기다 거실서도 바로 플레이

‘본좌(本座)’라는 말은 무협지에서 무림고수가 자신을 높여 부를 때 쓰는 말로 인터넷 은어로 많이 쓰이는 단어다. 어떤 분야의 ‘시초’이자 ‘대가’, ‘고수’를 일컫는다. 닌텐도는 슈퍼 패미컴, 게임보이, 닌텐도DS, 위 등으로 쌓아온 게임기 제조 실력을 스위치로 제대로 뽐냈다.

스위치의 화면은 생각보다 제법 컸다. 기기 자체는 가벼웠다. 부드러운 재질의 컨트롤러, 닌텐도가 슈퍼 패미컴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컨트롤러의 키감을 살린 것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키를 만질 때 초등학교 시절 패미컴을 갖고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닌텐도는 스위치 광고를 통해 게임이 4인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광고에서 여러 사용자가 TV에 스위치를 연결해 즐기는 모습이다.

첫인상에 만족한 기자는 우선 콘솔처럼 게임을 즐겨봤다. 도킹 스테이션을 TV 옆에 두고 연결한 후 휴대하던 게임기를 꽂기만 하면 바로 콘솔 게임기로 전환(switch)된다. 그래서 게임기 이름도 ‘스위치’다. TV에 연결해도 화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PS4에 비해 확실히 떨어지지만, 무척 실망할 수준은 아니다. 눈 뜨고 잘 비교해야 화질 저하를 알 수 있는 정도다.

화면 양옆에 붙일 수 있는 컨트롤러는 별도로 마련된 조이콘(Joy-Con)에 부착해 원격 조종도 가능하다.

스위치 중요 특징 중 하나가 휴대성이다. 태블릿PC 형태의 메인 기기에 컨트롤러를 양쪽으로 부착해 갖고 다닐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크기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이동할 때도 무리없이 지니고 다닐 수 있었다. 남자 사용자라면 손목이나 팔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다.

휴대용 기기로 사용할 때 컨트롤러를 따로 빼서 원격으로도 조정 가능해 편한 자세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혼자 게임을 할 때도 모든 버튼과 조이스틱을 활용할 일이 많았다. 다양한 컨트롤 응용 덕분에 ‘손맛’이 있었다. 또 컨트롤러를 하나로 합쳐서 쓸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이 나눠 쓸 수 있도 있다. 작은 컨트롤러에도 각각 조이스틱과 버튼이 따로 달려 있어서 한 게임기를 두고 두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다.

광고에서처럼 작은 화면을 컨트롤러를 분리해 둘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아직 콘텐츠는 부족...정식 출시 때 구입하는 게 좋아

아직 공개한 콘텐츠 중 가장 즐길만한 게임은 ‘젤다:브레스 오브 와일드’ 하나 뿐이다. 닌텐도의 대표 콘텐츠인 마리오 시리즈와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스위치 전용으로 나올 경우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닌텐도는 광고를 통해서 마리오 시리즈는 물론 마리오카트, 엘더스크롤, NBA 시리즈가 출시될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광고에서는 마리오카트 시리즈를 4명이 즐기는 모습, 위(Wii)처럼 역동적으로 온몸을 써서 플레이하는 모습도 보여줘 사용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닌텐도는 광고를 통해 스위치가 전작 게임기인 위처럼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역동적인 게임을 할 수 있는 특징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위치가 공개된 후 일부 문제점들도 발견됐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콘솔 스테이션에 휴대용 기기를 장착할 시 휴대기기화면에 스크래치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직접 스테이션에 도킹을 해보면 그런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였다. 화면에 보호 필름을 붙였을 경우에는 스크레치가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격 사용시 컨트롤러의 인식률 저하 문제도 생각보다는 적었다. 기자가 닷새 동안 체험하면서 이걸로 문제된 적은 별로 없었다. 스위치를 콘솔로 사용할 경우 게임기와 컨트롤러 사이에 장애물이 없다면 거실 범위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용 게임기로 사용할 경우 배터리 시간이 최장 5~6시간인 점은 다소 아쉽다.

휴대용 게임기에는 위 사진처럼 거치대가 있다. 휴대용으로 사용할 때도 원격 조종이 가능한데,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특징이다.

국내에는 닌텐도 스위치가 정식 출시되진 않았다. 용산 전자상가 등에 있는 일부 매장이 일본에서 구입해 들여온 기기를 약 60만원(정식 출고가 약 300달러, 한화 약 35만원)에 판매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기기를 구하기 쉽지 않다. 일본에서의 물량 역시 부족한 상황이라 해외 직구 배송도 쉽지 않다.

영어나 일본어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불편하다면, 국내 정식 출시 후 정상가로 구매하길 추천한다. 그때가 되면 콘텐츠도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