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개방은 쉬운 일이 아니라서 나라마다 찬반 논쟁으로 진통을 겪기 마련인데, 우리는 진통 정도가 심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산파 역할을 했던 김종훈(65·사진) 전 의원은 "당시 제기됐던 우려는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과도한 주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감정적 대응으로 정치적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4월 한·미 FTA 타결 당시 협상 수석 대표였던 그는 그해 8월부터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4년 4개월간 근무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협상, 한·미 FTA 재협상 및 비준을 책임졌다.

그는 협상 당시 어려웠던 점을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한·미 FTA를 하면 우리 농업이 전부 피폐화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미국산 치즈·아몬드·체리 등이 많이 들어왔지만, 이로 인해 과수 농가가 황폐화됐다는 얘긴 못 들어 봤습니다. 약값 상승도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특허권 보호가 우리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에 동기가 됐다고 봅니다.

야당에선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가 사법 주권을 포기한다고 주장했지만 ISD는 한·미 FTA 이전 다른 국가와 맺은 80여개 투자보장협정에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투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립적인 판단을 받아보자며 도입한 겁니다. 김대중 정부 때 북한과 맺은 합의서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는 당시 반대가 심했던 이유에 대해, "미국이 규모가 큰 나라이니까 일대일로 FTA를 하면 우리가 종속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국경을 낮추고 개방도를 높일 경우 상대방이 개방적이고 경제 규모가 클수록 돌아오는 혜택이 큰데, 그것이 한·미 FTA"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관련, "최근 추세를 볼 때 재협상이 됐든 '업그레이드'가 됐든 수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면서 "지난 5년간 한·미 FTA가 양국에 '윈윈'이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체결한 20개 FTA 중 양국 모두 상대방 국가에서 시장점유율이 뚜렷하게 증가한 경우는 한·미 FTA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