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오자 경제 부처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 금융·외환·실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획재정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명의로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 서한을 보냈다. 유 부총리는 서한에서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흔들림 없는 경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국내외 투자자나 금융권 종사자 모두 우리 금융시장에 대해 어떠한 불안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며 시장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던졌다. 임 위원장은 "설사 시장 불안이 생기더라도 이에 대응할 충분한 대응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필요할 경우 대응책을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투자·통상 등 실물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대비하기 위해 '실물경제비상대책본부'를 구축했다.

이날 증시와 외환시장은 헌재 선고 즈음에 다소 출렁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큰 움직임이 없었다.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1% 내린 2088.67로 개장했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발표 직후 한때 21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후 소폭 하락해 전날보다 0.3% 오른 2097.35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160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내린 1157.4원에 마감했다.

경제 부처들은 이날 시장이 큰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파면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중국의 제재 확대 등 기존 위험 요인이 겹쳐 앞으로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고 보고 경계감을 늦추지 않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최상목 기재부1차관 주재로 금융위·한은·금감원 등이 참여하는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12일엔 유일호 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기로 했다. 금융위도 12일 전(全) 금융권이 참여하는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기로 했다. 일단 다음 주부터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인수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시장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는 중소·중견 기업들의 회사채를 인수하기로 했다. 채권시장이 흔들릴 경우를 대비해 10조원 이상의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준비하기로 했다. 또 대선 정국을 틈타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것에 대응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서 테마주를 특별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13일 15개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외환 담당 부행장 회의를 열어 외화 유동성과 외화 차입 여건에 영향이 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