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호텔 예약을 했는데요."
"네 고객님. 예약 변경이 필요하신가요?"
"네, 4월 10일로 예약을 변경하고 싶은데요."
"네, 해당 날짜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해당 일자에는 더 저렴하면서 조식 서비스가 추가된 곳이 있는데 보여드릴까요?"

호텔 숙박 예약서비스 ‘여기어때’를 서비스 중인 위드이노베이션은 3월 중 예약 상담이 가능한 챗봇(대화형 인공지능·AI)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팀 출신인 윤진석씨를 최고기술개발자(CTO)를 영입해 챗봇 개발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챗봇이란 채팅하듯 질문을 하면 AI가 자동으로 답변하는 대화형 메신저를 뜻한다.

‘알파고 쇼크’ 1년 만에 챗봇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보험 상담사부터 숙박예약·배달주문 등 분야별 챗봇이 등장해 연말이면 단순 상담 챗봇이 수십종에 이를 전망이다.

보통 콜센터 업무 중 로봇도 대답할 수 있는 단순한 수준의 질의가 전체 문의의 50%에 이른다. 기업들은 단순 상담을 챗봇에 맡길 경우 인건비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AI 서비스를 공급 중인 마인즈랩의 유태준 대표는 “최근 금융회사를 넘어 일반기업까지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봇물 터지듯 늘고 있다”면서 “챗봇을 이용한 고객 응대 서비스는 올해가 원년이며 앞으로 가속도가 붙으면 기존 인력이 맡았던 단순 업무의 상당 부분이 챗봇으로 대체되고 서비스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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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도 챗봇 개발은 선택 아닌 필수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챗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도미노피자와 함께 ‘네이버 톡톡’을 활용한 챗봇 주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네이버 검색창에 ‘도미노피자’를 입력하고 ‘챗봇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면 채팅을 통해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까운 지점이나 대표 전화번호를 몰라도 주문하고 피자를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이버는 앞서 지난해 8월부터 챗봇을 활용한 ‘쇼핑 톡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네이버 쇼핑 이용자가 상품에 대한 질문을 남기면 AI 챗봇이 대신 답변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쇼핑 입점 업체 500개가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중 쇼핑 톡톡 서비스를 5만~6만개 입점 업체에 적용하겠다는 목표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중 기업계정인 ‘카톡 플러스친구’에서 주문까지 가능하도록 개편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플러스친구는 광고와 일부 콘텐츠의 전달 통로로만 쓰였지만, 앞으로는 챗봇과 같은 신기술을 적용해 쇼핑, 음식 주문, 구매 상담 등으로 쓰임새를 확장할 예정이다

벤처 기업들도 챗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음식 배달 전문 앱(응용프로그램)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챗봇과 음성 인식을 활용한 AI 기술을 개발에 1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배달의 민족) 데이빗' 프로젝트를 통해 메신저로 주문하는 단순한 챗봇은 물론 음식, 맛, 양, 취향, 상황 등 배달음식 주문과 관련한 수만 가지의 우리말 표현을 익힌 자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엔씨소프트와 SK플래닛에서 역량을 쌓은 전문가 김범준 CTO를 영입했다.

식신 역시 페이스북 메신저용 챗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식신은 ‘대학로에서 친구와 가기 좋은 맛집’과 같은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챗봇을 선보인다. 4월 중 카카오톡 옐로아이디에도 챗봇을 적용할 예정이다. 카톡에서 챗봇과 원하는 맛집을 추천받을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위드이노베이션·식신 등은 대규모 흑자를 내는 대기업이 아닌 벤처 기업이다. 이들은 적자인 상황에서도 AI 투자하는 것은 AI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챗봇이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추천 서비스를 해주면 인건비를 줄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는 “사용자가 ‘부산에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추천해달라’라고 하면 챗봇이 ‘어느 가격대를 원하느냐, 호텔을 원하느냐’라고 되물으며 최종 예약까지 마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챗봇 개발 난이도는 분야별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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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전문가들은 AI 챗봇 도입 대중화 현상에 대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쉽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호성 8퍼센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특정 서비스에 국한된 상담용 챗봇은 해당 부분에 대한 기계학습(머신러닝)에 집중해 만들어진다”면서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어시스턴트, 아마존의 알렉사와 처럼 다양한 영역에 대한 사용자 음성명령을 알아듣는 기술보다는 개발이 쉽다”고 말했다.

숙박의 경우 인원, 지역, 숙박형태 등만 파악해도 고객이 필요한 숙박 목록을 내놓을 수 있다. 음식주문 역시 음식의 종류, 배달지역 등을 파악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주문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

콜센터를 운영하는 회사는 이미 기존에 상담 데이터를 보유한 경우가 많고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AI 개발사에 이를 의뢰하면 단기간에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학습할 알고리즘을 짤 수 있다. AI 중급 기술 정도면 단순한 챗봇 기술이나 로보 어드바이저, 콜센터 상담용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권혁철 부산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영역이 제한돼 있더라도 고난이도 챗봇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분야 특성에 따라 고성능 AI가 필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서 “법률이나 보험상품과 같이 복잡한 분야의 경우 상담원의 질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고성능 AI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