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40대 싱글남 A씨는 매월 272만원을 벌어서 이 중 식비 포함해 131만원 정도를 쓰고 78만원을 저축한다. 전세 대출 갚는 데 29만원쯤을 쓰고 나면 한 달에 34만원 정도가 남는다.

A씨의 초등학교 동창 B씨는 결혼해 초등학생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맞벌이로 498만원을 버는데 학원비 등 교육비에 72만원을 쓰고 식비는 62만원이 들어간다. 부부가 버는 돈은 A씨보다 많지만 사교육비 등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아서 쓰고 남는 돈(잉여 자금)은 29만원 정도다.

신한은행이 소득이 있는 전국 20~64세 1만명을 조사해 한국 사회의 각각 다른 집단(30·40대 미혼과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40대 기혼자)에 속한 '보통 사람'이 어떤지를 분석한 결과다. 신한은행은 연령대, 가족 형태에 따라 한국 사회를 9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그룹이 얼마나 벌고, 쓰고, 모으는지를 집계한 '보통 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 2017'을 8일 발표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벌고 쓰는지 참조하세요

신한은행은 앞으로 매년 설문조사를 하고 분석해 은행 고객들에게 최적화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하겠다는 계획이다. '엄마 친구 아들'로 대표되는, 비슷한 또래 집단의 삶의 방식과 생활수준에 유난히 신경 쓰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당신 같은 사람은 이렇게 벌고 씁니다. 참고하세요'라는 틀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처음 발표한 보고서는 한국 사회를 20대 미혼, 30~40대 미혼, 40대 기혼(초등학생 이하 자녀), 50대 기혼(중·고등·대학생 자녀), 60대 등 9개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의 집단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보고서를 지점에 배포해 은행 고객들이 자신이 속한 집단을 찾아 평균적인 경제 활동 추이를 살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엔 특정 집단의 생활상뿐 아니라 나이를 먹고 가족을 꾸려가며 크게 다른 소득·소비·저축의 변화상이 드러나 있다. 20대 싱글일 때 203만원인 '보통 사람'(소득 5분위 중 가운데인 3분위)의 소득은 30·40대 미혼일 때 272만원으로 늘고, 부부가 되어 맞벌이를 하면 472만원까지 증가한다. 50대엔 소득이 526만원으로 늘어나지만 은퇴기에 돌입하는 60대엔 431만원으로 소득이 다시 줄었다.

◇싱글은 식사비, 자녀 있는 40대는 교육비 지출 많아

집단별로 돈을 주로 쓰는 분야도 천차만별이었다. 싱글인 30~40대는 밥 먹는 데 가장 많은 돈(33만원)을 쓴 반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40대는 교육비 지출(72만원)이 가장 많았다. 자녀가 중·고등학생으로 진학하면 월 교육비는 86만원으로 불어났다.

번 돈 중에 쓰고 저축하고 빚을 갚고 남은 '잉여 자금'이 가장 적은 집단은 중·고등·대학생 자녀를 둔 50대 기혼자였다. 526만원을 벌어 교육비(81만원)·식비(57만원)에 소비하고 부채 상환(71만원)을 하고 나면 12만원만 손에 남는다. 잉여 자금이 가장 많은 30·40대 미혼(34만원)의 3분의 1 정도 수준이다.

조사 대상자 전체의 월평균 개인 소득은 283만원이었다. 소득이 가장 많은 상위 20%(1구간)의 소득은 445만원, 가장 적은 하위 20%(5구간)는 160만원 정도였다. 총 보유 자산은 평균이 3억3061만원으로 집계됐다. 소득 상위 20%인 1구간의 자산은 평균 6억5216만원으로 5구간(8411만원)의 7.8배 수준이었다.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4%, 금융 자산이 19.4%였다. 10가구 중 7가구는 빚이 있었다. 한 가구가 짊어진 평균 부채는 3682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