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 부활전'이 없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자신만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고민해본 사람은 얼마든지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을 'K뷰티'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서경배 회장은 이 시대 청년들을 향해 "항상 절실한 갈망을 품고 집요하고 우직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삶과 경영 이야기를 담아 최근 펴낸 책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RHK 출판)를 통해서다.

'꿈을 찾는 그대에게 권하는 작은 습관'이라는 부제(副題)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 서 회장은 "성공하는 분야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청년 시절 주변에선 "화장품 사업으로 무슨 큰돈을 벌 수 있겠느냐. 차라리 반도체나 철강, 자동차 사업을 하라"고 권했지만, 깊이 파다 보니 길이 보였다는 것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대학 신입생 시절 교수님 말씀을 듣고 평생 책 1000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모든 답은 책 속에 있다”고 말했다. 서재 책장과 책상 위에는 각종 서적과 프라모델(조립식 장난감)이 가득 놓여 있다.

그는 '현장'을 강조했다. 섬세한 향(香)을 만드는 비결을 찾아 프랑스 남부 향수 제조 중심 도시인 그라스(Grasse)를 방문하고, 다양한 문명과 문화가 교차했던 실크로드를 체험하기 위해 찜통 기차를 타고 우즈베키스탄의 사막 도시 부하라(Bukhara)를 찾은 경험을 전했다.

용인 기흥의 기술연구원 연구동을 자유로운 소통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포르투갈로 건너가 건축가 알바로 시자(Siza)와 '공간의 의미'에 대해 토론했던 일도 적었다. 그는 "질문은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을 위대하게 만든다"며 청년들에겐 '끝없는 호기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1990년대 초반 프랑스 시장 공략을 위해 저자극성 화장품 사업을 벌였지만 50억원 손해를 보고 물러나야 했던 실패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이때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교훈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단순히 화장품을 파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을 팔고, 상품이 아니라 관계를 판다'는 경영철학이 이런 실패를 통해 나왔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스키를 타다 다쳐 병상에 누웠던 일주일 동안 직원들 입사 카드 600여 장을 꼼꼼히 읽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중엔 처음 보는 직원의 이름을 대부분 부를 수 있는 정도가 됐다. 그는 "일만 잘하는 CEO보다, 자신과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사람'에 대해 잘 아는 CEO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모든 답은 책 속에 있다"며 자신의 독서 철학을 전했다. 그는 "책을 보면서 생각하고, 질문을 통해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든다"고 했다. 종이에 책의 내용과 책을 통해 깨달은 것, 앞으로 실천할 사항을 꼼꼼히 메모하는 독서법도 공개했다. 동양 고전과 자기계발, 경영학, 역사 분야 도서 20여 권도 추천했다.

서 회장은 '순리를 따라서 자신의 삶을 즐긴다'는 의미의 순천휴명(順天休命) 넉 자를 마음에 새기고 산다고 했다. 자신의 소명은 사람들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미화(美化) 인생'이라며, "호기심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자신만의 소(小)우주를 가지고 있다"며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다운 빛을 내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