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을 통한 부동산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다세대주택(빌라)과 오피스텔은 물론 주상복합 건물을 짓기 위해 투자금을 모으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P2P 대출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약속한 기간에 이자를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P2P 대출 시장 규모는 527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누적대출액이 1903억원이었는데, 불과 6개월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상품별 비중을 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41.9%, 부동산 담보가 18.2%로, 부동산 관련 대출액만 3200억원이 넘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아시아 1위 클럽인 ‘클럽 옥타곤’은 최근 피플펀드를 통해 카드매출을 담보로 10억원짜리 채권을 발행했다.

P2P 대출에 부동산 상품이 많은 것은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P2P 업체는 부동산 PF 상품에 투자할 경우 연 10%대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부동산 PF의 경우 미분양이 발생하거나, 인·허가와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면 수익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어 투자 위험이 큰 편인데, 이 때문에 투자위험과 비례해 수익률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부동산 관련 대출액이 치솟자 금융당국도 규제에 나섰다. 지난달 27일부터 P2P 대출 투자금액을 1인당 1000만원 이하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투자자의 투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불만과 함께 소규모 시행사를 중심으로 중금리에도 공사 대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는 “요즘처럼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울 때 P2P 대출로 활로를 모색하려는 사업자가 많은데, 이번 P2P 대출 규제로 이런 움직임이 둔화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이드라인 시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한국P2P금융협회 누적 대출액 상품별 비중.

해외에서는 이미 P2P 대출이 기관 투자 대상이 될 만큼 급성장하는 분야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미국 P2P 대출 잔액은 2015년 말 기준으로 이미 120억달러를 넘었으며,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P2P대출 시장 규모가 2020년 3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P2P 대출 사례가 다양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클럽 옥타곤’은 최근 P2P업체인 피플펀드를 통해 10억원짜리 채권을 발행했다. 클럽 옥타곤은 2011년 문을 연 클럽로, 세계 5위, 아시아 최대 클럽이다. 이 채권은 클럽 옥타곤의 카드매출을 담보로 발행됐고, 연 수익률은 12%, 상환기간은 5개월로, 총 5회에 걸쳐 원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진행된다. 클럽 옥타곤의 미래 매출 채권을 유동화해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면 된다.

클럽 옥타곤의 경우 카드매출을 담보로 진행한 만큼 일종의 신용담보 대출로 볼 수 있지만, P2P를 통한 부동산 대출이 지금보다 더 다양해질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경매 및 부실채권(NPL) 투자자에게 대출을 해주거나, PF를 하는 기관과 함께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 등이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시장 변화를 감안하면 P2P 대출 시장은 새로운 투자처와 사업 기회로 연결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