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국내에서 개발한 인공위성 3기가 미국 아틀라스V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간다. 이들을 포함해 올해 말까지 우주로 나가는 우리나라 인공위성은 모두 12기. 한 해 한 대 발사할까 말까하던 국산 인공위성이 봇물이 터지듯 무더기로 우주 공간으로 나가는 것이다.

서울대와 KAIST가 개발한 이 인공위성들은 한 변이 10㎝, 무게 1㎏에 불과한 정육면체의 초소형 위성 '큐브샛(CubeSat)'이다. 과거 교육용에 그치던 큐브샛이 과학 탐사에 이어 통신과 기상 등 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에서 대형 위성 앞서

최근 큐브샛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까지 발사된 큐브샛은 국적으로 보면 미국이 67.5%로 압도적인 1위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집중 투자로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역대 비중은 2.3%지만 작년 한 해에 발사된 큐브샛만 따지면 중국의 비중이 13%로 미국(63%)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달 초 미국의 우주 산업 전문조사업체인 스페이스웍스는 올해 큐브샛 182기가 발사돼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지난달 15일 인도의 PSLV-C 37 로켓은 한 번에 104기의 위성을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스페이스웍스 측은 "2023년까지는 지난 20년 동안 발사된 큐브샛의 4배에 달하는 2400기가 발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큐브샛이 각광을 받는 것은 가격 대비 성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아 개발에서 발사까지 대형 위성의 1000분의 1 정도인 3억원이면 된다. 또 초소형 카메라 등 전자부품 기술의 발달로 대형 위성이 하던 일을 웬만큼 커버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삼성 스마트폰을 본체로 큐브샛을 만들어 위성 영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상혁 박사는 "대형 위성은 한번 고장나면 수천억원의 투자가 물거품이 되지만 큐브샛은 수십, 수백 대씩 한 번에 띄우기 때문에 몇 대가 고장나도 계속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 로켓이 발사한 88기의 지구 관측용 큐브샛도 이미 우주에 떠있는 61기의 큐브샛과 함께 남·북극 방향으로 긴 띠를 이루어 지구 모든 곳을 하루에 한 번씩 관측한다. 이 위성들을 보유한 플래닛은 이달 초 구글의 위성 부문 자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대학·기업들도 개발 뛰어들어

우리나라도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다음 달 발사되는 국산 큐브샛들은 벨기에 본 카만 연구소 주도의 'QB50' 국제 프로젝트에 선발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QB50은 전 세계 대학에서 개발한 큐브샛 50기를 동시에 우주에 쏘아 지구 대기를 관측하는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올 6월에는 한국항공대·경희대·연세대·조선대·충남대의 큐브샛 6기가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간다. 제작팀 모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베테랑들이다. 특히 충남대의 '파피용' 위성은 차세대 우주선 동력원인 태양돛을 시험할 계획이다. 가로세로 2m 크기의 돛에 태양에서 온 고에너지 입자가 부딪히면 연료 없이도 먼 우주까지 여행할 수 있다.

이미 큐브샛 상용화를 시작한 국내 기업들도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했던 연세대·항공대·경희대 출신들이 2015년 설립했다. 박재필 대표는 "현재는 대학과 연구소에 납품할 수 있는 큐브샛을 만들고 있다"며 "5년 내 전파를 이용해 밤낮없이 지상을 촬영하는 큐브샛을 운영하는 비즈니스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AIST에서 과학기술위성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창업한 드림스페이스월드도 큐브샛 사업을 하고 있다. 2013년 국내 최초로 큐브샛 발사에 성공한 경희대 우주과학과 진호 교수는 "우리나라의 큐브샛 기술 수준은 미국과 일본 다음이며 중국에는 앞선다"며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창업한 기업들이 더 늘어나면 충분히 세계 큐브샛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