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는 2017년 전략 방향을 'DT 드라이브'로 정했다. 'DT'는 신한카드의 다양한 지향점을 담은 약자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디지털 변화(Digital Transformation)', 새로운 데이터 기술 시대를 선도한다는 의미의 '데이터 기술(Data Technology)', 기존과는 다른 생각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자는 '다른 생각과 시도(Different Thinking & Try)'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신한카드 위성호(맨 오른쪽) 사장이 지난 1월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적평가대회의 디지털 체험 부스를 찾아 직원들과 함께 ‘신한 FAN’을 활용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해 전략 방향을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뜻의 ‘DT 드라이브’로 정하고 이를 위한 조직·문화 개편을 추진 중이다.

◇연공서열 깨고, 소통과 협업에 집중

'DT 드라이브'를 실천하기 위해 신한카드는 저수익·저성장 및 디지털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지속 성장 가능한 사업 구조로의 혁신 및 새로운 시장 리더십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전사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 혁신을 총괄하는 추진 부서인 '디지털 혁신팀'과 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연구하는 'AI랩' 등 디지털 전담 부서를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AI랩에는 국내외 유명 정보기술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박사급 인력을 영입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아울러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 및 수익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사업, 빅데이터, 할부금융 사업 조직을 보강했다. 해외법인 핀테크 사업, 장기 렌터카 추진 부서 등도 새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외부 제휴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수익 창출 조직도 신설하고, 지역별 특성에 기반해 차별적으로 회원 모집을 하기 위한 담당 부서도 새로 만들었다.

조직 구성뿐 아니라 문화도 바꾸기로 했다. 디지털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선 문화부터 스타트업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호칭 파괴를 포함한 '스타트업형 조직문화 혁신 방안'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우선 2월 디지털 전담 조직을 시작으로 호칭을 세부적인 직급이 아닌 '매니저'(기존 부부장·차장·과장)와 '프로'(대리·사원)로 단순화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근무 시간을 자율화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특히 호칭 파괴는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책임자에게 바로 전달되고 빠른 의사결정과 즉각적인 실행이 가능하도록 도우리라고 기대한다"라며 "연공서열 중심의 보수적인 금융권 조직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휘와 명령에 익숙한 조직을 소통과 협업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바꿔가겠다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조직 개편을 이번 한 번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글로벌 전담 부서를 가리키는 'DT 부문'은 점차 단순한 사업부가 아닌 사내의 디지털 독립 기업(company in company)으로 재편돼 국내외 정보기술 기업들과 비슷한 조직 문화와 근무 환경을 갖춘 스타트업 조직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유연한 사고 뒷받침할 유연한 문화

신한카드는 그동안 디지털·글로벌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2015년 6개 부서 81명이었던 디지털·글로벌 인력은 19개 부서 284명으로 늘었다. 지난 3년 동안 AI와 핀테크 등 미래 디지털 관련 기술 전문 경력직 22명을 채용했다. 이와 동시에 거의 모든 직원이 디지털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특정 부서만이 아닌 회사 전체가 디지털적인 사고를 하도록 힘썼다.

이처럼 유연한 디지털 사고를 강화하기 위해 신한카드는 근무 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직원 각자에 최적화한 근무 패턴을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려는 방안이다. 낮 12시에 시작하는 일률적인 점심 시간을 없애고, 스스로 하루 중 1시간을 정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볍게 먹는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선호한다면 오전에 식사하러 다녀오면 되고, 오후에 운동·산책을 하며 간단한 점심을 먹겠다면 편히 나갔다 오면 된다. 출근 시간 눈치 보는 일도 줄어들 계획이다. 업무 시간에 집중하고 정시에 출·퇴근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어쩔 수 없이 전날 야근을 했다면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다음날은 오전 10시까지 출근해도 되는 식이다.

근무 복장도 한결 자유로워졌다. 어떤 일을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직원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근무 복장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신한카드는 이미 지난해부터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번 근무 복장 변경은 단순히 넥타이만 안 매는 것이 아닌 완전한 '프리 스타일(free style)'을 지향한다. 신한카드는 이런 자율복장을 통해 상사 눈치 보기에 신경 쓰지 않는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