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의 취임 일성(一聲)은 "IBK의 생존과 발전을 담보하는 길은 '변화'와 '혁신'밖에 없다"였다. 김 행장은 작년 12월 28일 취임식에서 "현재 금융 환경은 풍전등화(風前燈火)"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지원이란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런 역할을 충실하게 실행하기 위해 혁신을 통해 탄탄한 은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지난달 10일 충청북도 청주연수원에서 열린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금융파트너, IBK’라는 기업은행의 새로운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김 행장은 ‘강하고 탄탄한 혁신은행(Innovation Bank of Korea)’을 완성하기 위해 간부들이 솔선수범해서 혁신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이어 지난달 10일 충청북도 충주연수원에서 열린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김 행장은 참석자 1000여명에게 구두를 한 켤레씩 선물했다. 발로 현장을 뛰면서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라는 의미다. 이날 김 행장이 발표한 IBK기업은행의 새로운 비전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금융 파트너, IBK'였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스마트뱅킹과 핀테크 분야를 개척해 고객들에게 '신(新)경험가치'를 주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외환·IB(투자은행)·신탁 등에서 나오는 비이자 수익을 현재의 13%에서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해외 진출도 확대해 2025년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은행 전체 이익의 20%를 차지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중소기업 맞춤형 핀테크 서비스 발굴

김 행장은 연초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눈에 띄는 건 은행의 디지털금융, 핀테크 등의 업무를 맡는 '미래채널 그룹'을 신설하고 그 산하에 '기업핀테크채널부'를 새로 재편한 것이다. 이 부서는 기업에 대한 비대면 채널 업무와 핀테크 모델을 발굴하는 걸 전담한다. 다른 시중은행의 핀테크는 개인 고객이나 소매금융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이 주요 고객이라는 특성을 살려 중소기업에 특화한 핀테크 사업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한 예로 기업은행은 지난달 7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편리하게 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IBK 모바일 자금 관리'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개인사업자에게 간편손익보고, 카드 매출 내역, 부가세 환급 예상액 등 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매일 정해진 시각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한마디로 '모바일 경영 비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개인사업자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 맞는 다양한 비대면 자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론 개인사업자를 위한 모바일 대출 상담, 세무사 사무소 제휴를 통한 세무 지원 등의 서비스를 모바일에 추가하는 등 중소기업에 특화된 핀테크 서비스를 계속 발굴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이제 주거래 은행은 '집 가까운 은행'이 아닌 '내 손안에 편리한 은행'이 될 것"이라며 핀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대마진 외에 새로운 수익원 창출

기업은행은 위기가 오면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국민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국책은행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기업은행의 자금 공급 목표는 58조5000억원으로 작년보다 3조5000억원 늘렸다. 그런데 중기 대출을 확대하려면 은행이 이익을 내서 대출 재원을 만들어야 한다. 김 행장은 "적정 이익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이야말로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과 함께 지속 성장하면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저금리 상황에서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에서 나오는 이익)을 늘리는 것은 한계에 왔다고 본다. 그 대안으로 찾는 두 가지 길은 비이자 수익을 늘리는 것과 글로벌 금융 영토 확장을 통한 수익 창출이다. 비이자 수익은 외환·IB·신탁 등에서 수익을 늘릴 길을 찾는다. 이를 위해 은행과 증권사가 한 점포에 있는 복합 점포를 현재의 4곳에서 더 늘리는 것 등도 검토하고 있다. 성장 전략의 또 다른 축인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서 연초 조직 개편 때 글로벌사업부를 본부장급으로 격상했다.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유망 지역에선 M&A(인수·합병)를 확대한다는 구상도 있다.

'실(實)·행(行)·력(力)'으로 혁신에 매진

김 행장은 기업은행의 영문명인 IBK(Industrial Bank of Korea)도 '혁신은행(Innovation Bank of Korea)'으로 재해석할 정도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김 행장은 그 실천 방법으로 '실(實)·행(行)·력(力)'이란 키워드를 강조한다. 강력한 경쟁력으로 내실(實)을 극대화하고, 솔선수범해서 행동(行)하는 한편, 변화와 혁신을 힘(力) 있게 추진하자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내실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서 재무 상태를 튼튼히 하는 한편 직원들의 역량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솔선수범해서 행동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고객과 현장을 중심에 놓는 정도경영을 추진하고, 공정한 보상이 가능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김 행장은 "형식과 의전에 얽매인 관료주의 문화가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효율과 실질을 중시하는 문화가 IBK기업은행에 정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