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마련을 위해 금리가 높은 상품을 찾던 김민수(33·회사원)씨는 연 3% 금리를 주는 대신저축은행 정기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이 저축은행 본점을 방문했다. 수도권 저축은행 적금 가운데 유일하게 연 3% 금리를 주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본점 직원은 김씨에게 “적금 상품 금리가 지난주 연 3%에서 연 2.8%로 인하했다”며 “연 3%인 줄 알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미리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품 금리 공시 홈페이지를 통해 다른 저축은행의 적금 상품을 급하게 검색했지만 연 3% 금리가 적용된 적금상품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김씨는 대신저축은행 적금 상품에 가입했다.

김씨는 “연 3% 금리를 준다고 해서 일부러 영업점이 아닌 본점을 방문했는데 아쉽다”며 “다른 저축은행 역시 연 3%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 그냥 가입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이 올해부터 일제히 적금 금리를 낮춰 연 3% 상품이 사라졌다. 최근까지 유일하게 1년만기 기준 연 3% 금리 적금을 판매했던 대신저축은행도 지난주 0.2%포인트 내려 연 2.8%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신저축은행 관계자는 “연 3% 적금의 인기가 많아 고객들이 많이 찾았다”며 “수익성 측면에서 이번에 금리를 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연달아 적금 금리 내리는 저축은행… 연 3% 상품도 자취 감춰

조선DB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 평균 금리는 연 2.04%, 정기적금(1년 만기 기준) 평균 금리는 연 2.6%다. 지난해 말 기준 정기예금 평균금리 연 2.08%, 정기적금 연 2.69%였다. 두달만에 각각 0.04%포인트, 0.09%포인트의 금리가 빠진 것이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올들어 대표 적금 상품의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1월부터 플러스보통예금의 최고금리를 연 3%에서 연 2.5%로 하향 조정했다. SBI저축은행은 정기예·적금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낮췄다.

지난달 28일 기준 1년만기 기준 정기적금 최고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웰컴의 '디딤돌 적금'과 '드림 정기적금'인데, 각각 연 6.4%와 5%의 금리다. 다만 상품 가입 대상이 기초수급대상자 등 사회적 배려자나 개인회생, 파산신청을 한 소비자만 가입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수한 상품을 제외하고 서울권에서 연 3% 금리를 파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연 3% 금리를 넘게 적용받기 위해서는 체크카드 실적, 이체 내역 등의 우대 조건을 모두 포함해야 겨우 연 3%를 넘길 수 있다. 일반적인 정기 불입식 적금으로는 연 3%를 충족할만한 상품이 남아있지 않다.

◆넘쳐나는 수신액에 특판 판매도 자취 감춰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하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의 제1금융권 가계대출 옥죄기에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어서 수신잔액을 쌓아놓을 필요가 있지만, 지난해 이미 충분한 수신 잔액을 확보했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전년 대비 7조4237억원 증가한 52조4941억원을 기록했다.

또 통상 연초와 여름은 저축은행 업권 비수기로 꼽힌다. 대출수요가 많지 않다는 말이다. 대출수요가 많지 않으니 수신잔액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 그나마 수요가 남아있던 기업대출 부분도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영업에서 기업대출 영업에 집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저금리 탓에 저축은행들이 충분히 자금력을 확보했다”면서 “당국의 대출규제로 가계대출 역시 보수적으로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작금의 대출 수요는 현재 수신액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넘치는 수신액으로 연말 연시 쏟아졌던 저축은행 고금리 특판 상품도 종적을 감췄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 대출 수요까지 관리하겠다고 나서면서 업권 스스로 여신을 확대할 수 없는 분위기다. 특판의 경우 여신액 증감에 따라 예대율을 조정하기 위해 활용되는데, 여신액이 늘지 않으니 저축은행도 특판을 굳이 판매할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전 업권의 대출 규제와 함께 저축은행도 여신 확대를 꺼리는 분위기”라며 “연초 수신잔액을 쌓아놔도 기업대출을 제외한 마땅한 운용처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예적금 금리는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