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미국 여론 조사기관 해리스폴(Harris Poll)이 발표한 ‘2017년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Reputation Quotient)’ 조사에서 지난해 7위였던 삼성전자가 올해 49위로 추락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과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이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스포츠 마케팅 투자 등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였던 삼성전자로서는 하루아침에 공든 탑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1960년대 세계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한국 제품, 한국 기업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정말 부정적이었다. 일본도 제2차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일본 제품 및 기업에 대한 이미지 역시 좋지 않았다. 그러나 1964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고, 일본 기업들이 1970년 중반부터 세계 시장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일본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는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앞서면서 일본 기업 이미지는 세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일본 기업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평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국가와 기업이 각고의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고 나서, 우리 제품들도 1990년 초부터 세계 시장에서 서서히 인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로 인해 우리 제품이 일본 제품과 경쟁할 때 품질 대비 가격 면에서 엄청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됐다. 1990년대 말 삼성전자를 필두로 세계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제값 받기 운동’이 전개됐고, 품질 개선과 평판 제고를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 우리 정부 역시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국제 행사를 개최해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병행했다. 그러나 일본과는 달리 국가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최고 수준으로 제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초부터 개발도상국 시장을 대상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최고의 기업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지난 20여년간의 노력으로 다행스럽게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은 한국은 높이 평가하지 않더라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우전자 등의 제품을 최고로 생각하고 그들의 브랜드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됐고, 최근 삼성전자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기업 평판이 추락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 현대자동차가 이번 해리스폴 평판 조사에서 47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을 앞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지속적인 핵 도발 위협과 최근 김정남 암살 사건도 한반도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실추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실추된 국가 및 기업 이미지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탄핵 정국을 선진국답게 법과 질서 그리고 원칙에 의거해 풀어나가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또 국제 사회와 약속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같은 국제 행사들을 철저히 준비해 훌륭하게 치러내야 한다.

우리 기업은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를 사랑하는 세계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진정성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인류의 행복을 창출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혁신성을 지금보다 몇 배 더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세계 시장과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진정성을 소비자 개개인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들이 혁신성과 진정성을 한껏 발휘해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기업 경영 환경을 우선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이코노미조선 3월1일자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