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27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기조연설에서 "2년 뒤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IT(정보기술) 업계가 예상하고 있는 2020년보다 1년 앞서 5G를 상용화하겠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5G 너머 새로운 세상'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5G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대용량 데이터가 오가는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이라며 "5G는 단순히 통신 속도를 빠르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만들 토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지난 2015년 MWC 기조연설에서 '5G, 미래를 앞당기다'라는 주제로 5G 통신의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이번에는 상용화 시점을 1년이나 앞당기겠다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밝힌 것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5G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KT가 5G 시대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도 "5G가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등과 결합해 엄청난 경제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통신 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는 물론, 차세대 모바일 시대로 한국이 주도하는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도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5G가 2035년 12조3000억달러(약 1경3000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27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막한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황 회장은 “2년 뒤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를 상용화하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날 KT가 개발 중인 5G 기반 첨단 IT 기술도 소개했다. 그는 "이미 KT는 망망대해에서도 조난자 위치를 오차 범위 1m 이내에서 찾아낼 수 있는 위치 정보 기술을 개발했다"며 "드론(무인기)과 커넥티드카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운행할 수 있는 제어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조기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KT는 밝혔다. 지난해 KT는 스웨덴의 통신장비업체 에릭슨과 함께 세계 최초로 무선 환경에서 초당 25.3기가비트(Gbps) 속도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상용화된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80배 이상 빠른 속도다. KT는 현재까지 7차례에 걸쳐 세계 최초 전송 시연을 했고 90여 건의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황 회장은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이 5G 조기 상용화의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주관 통신업체인 KT는 내년에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날 황 회장이 연단에 오르자 대형 스크린에서 KT가 개발 중인 5G 기반 중계 서비스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동계 스포츠 썰매 장비 봅슬레이에 5G 통신 기능이 탑재된 초소형 카메라를 달아 중계하는 '싱크뷰'와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중심으로 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타임슬라이스' 등이었다. 봅슬레이는 궤도가 두껍고 속도가 빨라 5G를 기반으로 해야 끊기는 현상 없이 중계할 수 있다.

황 회장은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은 5G 기반 중계를 TV로 지켜보는 흥미진진한 스포츠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실제 선수와 같은 팀에서 뛰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열린 KT CEO 추천위원회에서 연임이 확정된 황 회장은 2020년 3월까지 KT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