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너럴모터스(GM)의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물량을 놓고 경쟁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이 GM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공급사인 LG전자와 하만의 신경전이 불가피해졌다.

GM 쉐보레 차량의 실내 인테리어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모습

24일 자동차·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올해부터 GM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납품한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수준의 높은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GM의 쉐보레 브랜드 차량에 탑재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Mylink)’는 LG전자, 일본 파나소닉, 독일 보쉬 등이 만들어왔다.

하만이 GM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시스템 개발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만은 약 9억 달러(약 1조 187억원) 규모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하기로 GM과 계약을 맺었다. 이후 하만은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2017년형 GM 차량에 자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전장사업 분야 관계자는 “하만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올해부터 실제 GM 차량에 탑재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GM의 물량이 점차 늘어나 3년 후에는 하만의 전체 전장 매출 가운데 GM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태평로 사옥에서 하만의 기술력과 협력업체를 소개하는 모습. 당시 프리젠테이션 자료에 GM이 새로운 고객사가 된다는 표시가 있다.

GM의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국가별, 차량별로 생산업체가 다르고 특성도 다르다. 가령, 쉐보레 말리부와 크루즈 차량에는 유닉스 계열의 QNX를, 임팔라와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는 리눅스를 사용한다. 일부 쉐보레 소닉과 스파크는 마이크로스프트(MS)의 OS를 사용하고 있다. GM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캐딜락의 경우 보쉬가 생산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이 여러개로 나뉘어진 인포테인먼트 OS를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준비 중으로 인포테인먼트 공급망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며 “자동차가 5~6년의 라이프사이클(생애주기)를 가지고 있는 만큼 향후 급격한 공급망 변화가 일어나면, 하만과 LG전자 둘 중 한 곳은 웃고 다른 한 곳은 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LG전자와 GM의 관계는 돈독한 편이다. GM이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순수전기차 볼트(Bolt)의 경우 LG전자가 생산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보통 자동차의 라이프사이클이 2~3년 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5~6년 뒤 풀체인지모델(완전변경)을 출시하는 만큼 LG전자는 향후 5~6년의 물량은 보장받은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를 계기로 단숨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1차 협력사가 됐기 때문에 3년 후 전장 시장의 공급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만은 커넥티드카, 라이프스타일오디오, 프로페셔널솔루션, 비즈니스솔루션 등의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1등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다.

하만은 매출 65%를 전장 사업에서 일으키고 있다.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피아트, 도요타, 할리데이비슨 등 자동차, 모터사이클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하만을 등에 업고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소자 공급량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증권사 자동차 담당 연구원은 “하만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할 경우 제품에 포함된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소자 등의 부품을 삼성전자 제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만이 GM의 인포테인먼트 공급 협력사가 된 만큼 향후 다른 공급 부품 논의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계에서 제품의 기술력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유통망의 영업력과 규모”라며 “삼성이 하만을 인수해 영향력을 키운 것처럼, LG전자가 자동차 전장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 등 세력을 키울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