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소변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윤경(사진) UNIST 생명과학부 교수(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 연구팀은 소변에서 '나노 소포체'를 분리하고 검출하는 장치인 '엑소디스크(Exodisc)'를 개발하고 국제 학술지 'ACS 나노' 28일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나노 소포체는 인체 거의 모든 체액에 존재하며 종양의 진행이나 전이, 세포 신호 전달 등에 관여한다. 세포 활동 중에 나오는 40~100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물질이다. 나노 소포체는 어떤 세포에서 나왔는지를 알려주는 유전정보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질병을 알아내는 새로운 표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나노 소포체가 워낙 미세해 이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적합한 방법이 없었다. 세포를 분리하는 원심분리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초고속 원심분리기가 필요하다. 크기가 작고 밀도가 낮은 나노 소포체를 분리하려면 그만큼 큰 원심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처리 시간도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원심력을 높이지 않아도 미세 입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필터를 ‘랩온어디스크(Lab-on-a-disc)’에 적용해 초고속 원심분리기가 없어도 나노 소포체를 걸러낼 수 있는 엑소디스크라는 장치를 개발했다.

랩온어디스크는 디스크 모양의 칩에 각종 생체 조직을 일체화시켜 생화학 반응을 살펴볼 수 있도록 고안된 바이오칩이다. 칩을 모터에 연결해 회전시키면 원심력이 발생해 미세유체의 흐름을 조절, 원하는 물질을 얻고 생화학 반응을 간단하게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세균이나 불필요한 단백질을 빼고 효과적으로 나노 소포체를 분리하는 데 최적화할 수 있도록 엑소디스크에 장착된 필터의 구멍 크기를 20nm와 600nm로 설정했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한 우현경 UNIST 생명과학부 연구원은 “엑소디스크는 디스크 모양의 칩 안에 두 종류의 필터(20nm, 600nm)가 설치돼 크기별로 입자를 분리할 수 있다”며 “소변을 엑소디스크에 넣고 구동시키면 20nm보다 크고 600nm보다 작은 입자들만 걸러내 농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방광암 환자의 소변을 이용해 엑소디스크의 성능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암환자의 소변에서는 나노 소포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마커인 ‘CD9’과 ‘CD81’이 많이 발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소변 등의 체액으로 암 등의 질병을 간단히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