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쉑(Shake Shack) 버거는 그 이름처럼 한국 햄버거 시장을 뒤흔들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국내 1호점 강남점은 개장 7개월 만에 세계 120여개 쉐이크쉑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12월에 개장한 청담점은 두달 만에 3위 자리에 올랐다.

요식업계에서 쉐이크쉑은 ‘유례없이 빠르게 국내 시장에 안착한 브랜드’로 통한다.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강남점에선 오픈 첫날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1500여명이 뙤약볕에서 2시간 이상 대기했다. 7개월이 지난 현재도 점심·저녁 시간 가리지 않고 줄을 서야만 햄버거 맛을 볼 수 있다. 개업 효과로 치부하기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체감하는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햄버거의 대명사’였던 롯데리아가 순손실을 기록하고, 맥도날드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마당에 쉐이크쉑은 어떻게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을 줄서게 만들었을까.

쉐이크쉑의 아버지이자 미국 외식 기업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Union Square Hospitality Group·USHG)’ 창업자인 대니 마이어(Danny Meyer) 회장이 27일 쉐이크쉑 청담점을 처음으로 찾았다. 마이어 회장은 2001년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서 쉐이크쉑의 모태가 된 핫도그 카트를 시작한 인물이다.

대니 마이어(Danny Meyer)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Union Square Hospitality Group·USHG)’ 회장이 27일 쉐이크쉑 청담점에서 기자들을 만나 쉐이크쉑의 성공 비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조그마한 카트는 2015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거대한 햄버거 체인으로 거듭났다. 2015년 매출은 1억9060만달러(약 2156억원), 2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2억9200만달러(약 1조4616억원)를 기록했다.

◆ ‘맛으로 사로잡는 것은 잠시 뿐…좋은 느낌 줘야 오래 간다’

대부분 레스토랑이 성공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을 꼽으라면 ‘맛’을 꼽는다. 그러나 마이어 회장은 맛보다 느낌이 2%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쉐이크쉑의 성공 비결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습니다. 49%는 ‘탁월한 맛’입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풍미(taste), 코에서 느껴지는 향(smell), 먹음직스러운 겉모습(look)을 다 합쳐서 49%인 거죠.

나머지 51%는 ‘쉐이크쉑을 찾은 방문객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돌아가는지’가 차지합니다. 말하자면 ‘환대(hospitality)’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 아마 한두번 정도 들릴 겁니다. 그러나 좋은 느낌을 주는 레스토랑이라면 어떨까요? 사랑에 빠지겠죠.”

마이어 회장은 쉐이크쉑이 그저 햄버거를 먹는 공간이 아닌 ‘사교 장소’로 자리잡길 원한다. 전 세계 쉐이크쉑 가운데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차에 탄 채로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가는 곳)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은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식사를 하는 곳’이라는 레스토랑의 기본 명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7월 22일 쉐이크쉑 강남점 개장 당시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

사람이 몰릴 수 있도록 매장 인테리어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강남점 테이블은 미국의 오래된 볼링장에서 공수해온 빈티지 제품이다. ‘좋은 느낌’에 대한 집착 탓인지 쉐이크쉑에서는 대표 메뉴를 먹으며 인증 사진을 찍고,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문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이어 회장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두고 식탁에 둘러 앉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 ‘쉬운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햄버거는 단순한 음식이다.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지만, 대체로 빵 두장 사이에 넓고 평평한 고기를 넓어 만든다. 조리법이 복잡하지 않아 역설적으로 유달리 맛있게 만들기가 어렵다. 알려진 조리예대로 만들면 대체로 비슷한 맛이 난다. 차이를 주기 위해선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

“소비자들은 ‘햄버거? 그거 정말 만들기 쉬운 음식 아니야?’라고 묻곤 하죠. 그러나 인생을 돌이켜 보면 가장 단순한 일이 가장 어려운 것일 때가 있습니다. 쉐이크쉑 버거를 만들면서도 ‘차라리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는 것이 쉽겠다’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는 것을 두고 ‘어떻게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저희의 일입니다.”

마이어 회장은 “만약 서울에 한주 더 머물 수 있다면, 한국에서 유통되는 치킨을 브랜드별로 30~40개 정도 먹어봤을 것”이라며 “쉐이크쉑 햄버거를 만들 때 이런 식으로 접근하며 연구했다”고 말했다.

사과나무로 훈연한 베이컨과 체리페퍼 등이 들어간 스모크쉑 버거

햄버거의 주연은 ‘패티’다. 햄버거 브랜드 대부분이 고기를 뭉쳐 만드는 패티에 몰두한다. 살코기와 지방을 어떤 비율로 섞을지, 등심·갈비·양지·볼살은 얼마나 넣을지, 그릴에 구울지 프라이팬에서 익힐지를 놓고 고민한다.

쉐이크쉑은 햄버거의 조연 ‘번(bun·햄버거 빵)’을 차별화하는 데 집중했다. ‘햄버거의 본고장’ 미국 소비자들은 쉐이크쉑 번만의 쫄깃한 식감에 열광했다.

“쉐이크쉑에서 번은 ‘레스토랑의 의자’같은 것입니다. 정말 좋은 건지 아닌지 소비자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을 정도로 기본적인 것이라는 의미죠. 미국 쉐이크쉑에서 쓰는 번은 펜실베니아 랑카스터 카운티 한 기업(마틴스)에서 전량 공급받습니다.”

마이어 회장은 “조연배우인 번을 제대로 고르면 햄버거 만들기는 아주 재밌는 쇼를 녹화하듯 술술 풀린다”고 말했다.

◆ ‘실력있는 사업 파트너를 만나라’

번에 대한 집착은 SPC를 한국 진출 파트너로 꼽는 밑바탕이 됐다. 뉴욕 본점의 맛을 지구 반대편 매장에서 동일하게 구현하는 것은 어떤 요식업 브랜드라도 쉽지 않은 과제다. 마이어 회장은 이날 한시간 정도 이어진 간담회에서 수차례 SPC에 대한 각별한 신뢰를 보냈다.

“쉐이크쉑은 한국보다 중동과 일본, 러시아 같은 나라에 먼저 진출했습니다. 이들 나라에 진출할 때마다 미국 본토에서 현지 매장까지 어떻게 번을 공수할지 고민해야 했죠. 번의 신선도를 살리면서 배송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SPC가 번을 직접 만듭니다. SPC가 만든 번은 미국에서 만든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SPC가 뉴욕의 맛을 기대 이상으로 재현해 줘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마이어 회장은 6년 전 허희수 SPC 부사장이 자신을 직접 찾아온 순간을 정확히 기억했다.

그는 “‘미스터 허 주니어(허희수 부사장)’가 부인 분과 뉴욕 브로드웨이(Theater District)점 쉐이크쉑점을 찾아 앉은 자리에서 햄버거 3개를 먹었다고 들었다”며 “허희수 부사장과의 첫만남은 즐거웠지만, 당시 쉐이크쉑은 매장이 총 7개 밖에 없던 회사라 차마 해외로 나서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오는 4월 문을 여는 쉐이크쉑이 동대문 두타몰점 가림막

허희수 부사장은 이후 꾸준히 쉐이크쉑에 파트너십을 제안했고, 결국 5년여 만인 2016년 계약이 성사됐다. 허 부사장은 1호점 개장 당시 “뉴욕에서 처음 쉐이크쉑 버거를 맛봤을 때 활기찬 매장 분위기와 친환경적인 경영 철학에 매료돼 국내 도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SPC는 오는 4월 서울 중구 장충단로 동대문 두타 쇼핑몰 1층에 쉐이크쉑 3호점을 열 예정이다.

마이어 회장은 “일단 천천히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무의 뿌리가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과실은 더 달콤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