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내놓을 ‘아이폰8(가칭)’ 일부 모델에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려던 계획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플렉서블 OLED는 커브드(Curved·곡면형) 스마트폰을 만들 때 사용된다.

애플이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대신 평판(Rigid) OLED 디스플레이를 고려 중이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기존의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애플이 세계 IT 업계 최대의 ‘큰 손’으로, 막대한 디스플레이 패널 물량을 주문하며 모바일 디스플레이 업계의 사실상 표준을 주도해왔던 만큼, 애플의 최종 결정에 디스플레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커브드(곡면형) 아이폰8 콘셉트 이미지.

2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출시할 예정인 아이폰8의 최소 한 개 모델에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커브드 디스플레이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애플이 커브드 디스플레이 모델의 생산성이 낮아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며 "커브드 도입을 2018년으로 연기하거나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율이 애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율은 총 생산량 대비 완성품의 비율을 말한다. 현재 애플 측과 계약을 맺고 유일하게 플렉서블 OLED를 생산하고 있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다. 플렉서블 OLED 패널도 화질과 터치, 안정성 등이 품질의 관건인데, 현재 삼성디플레이가 생산 중인 아이폰용 패널 시제품이 당초 애플이 기대했던 성능과 생산성에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시제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현재 수율로는 한달에 수천만대를 출하하는 아이폰 시리즈의 생산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 LCD 디스플레이를 주로 탑재해온 애플 입장에서 플렉서블 OLED 제품은 사실상 도전적 과제"라며 "삼성전자 역시 초기에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는데 난항을 겪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는 "만약 애플이 플렉서블 OLED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8 제품이 모두 LCD 디스플레이로 구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플렉서블 OLED 패널 납품 계약을 맺고 아이폰8 모델에 플렉서블 OLED를 적용하기로 계획한 상태였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애플이 플렉서블 OLED 패널 구매를 위해 수십억달러(수 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쏟아부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이나 내후년에 플렉서블 OLED를 채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수천만대, 수조원어치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이 플렉서블 OLED 도입을 취소할 경우 일정 부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평판 모델에 비해 플렉서블 OLED의 공급 단가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중국계 대형 스마트폰 기업들이 올해 플래그십 모델에 OLED 디스플레이를 잇달아 채용해 모바일 OLED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면서 “애플이 플렉서블 OLED 채용을 취소하더라도 당장 삼성디스플레이가 먹고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모바일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애플 측에 아이폰 패널 납품을 위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생산능력을 강화해 왔다.

모바일용 OLED 패널을 생산하는 A2, A3 라인이 사실상 풀가동 상태에 접어들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OLED 생산장비를 늘려 현재 원장기판(마더글라스) 기준 월 최대 12만장 수준의 플레서블 OLED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한 달에 5인치 스마트폰 기준으로 3000만대에 달하는 패널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