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출신 이모씨(59·여)는 최근 백화점에서 2㎏ 무게의 아령을 샀다. 스트레칭, 맨손체조뿐 아니라 근력을 강화해 줄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씨는 “땀흡수가 잘되는 기능성 헬스복 등 다양한 상품을 백화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운동하기 좋다”고 했다.

유통업계가 50대 이상인 ‘시니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외모와 건강관리에 관심을 갖는 50대 이상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중에서도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50대 고객층이 주요 마케팅 타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젊은 세대와 달리 시니어 고객들은 오프라인 구매도 활발하다”며 “시니어 고객을 고려해 매장 상품 진열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 액티브 시니어의 부상백화점 스포츠 상품 객단가 30대 추월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부상이다. 외모와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가꾸는 시니어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 등산 위주였던 운동 종목도 자전거, 헬스, 필라테스, 요가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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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는 윗세대인 실버 세대와 구별된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실버세대와 달리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문화생활 등 여가활동도 적극적으로 한다. 1955~1963년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주로 해당되는데, 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710만여 명)에 이른다.

액티브 시니어의 부상은 백화점 매출 변화에서 확인된다. 26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15년까지 30대 고객의 구매 객단가보다 적었던 50대 이상의 스포츠 상품군 구매 객단가가 지난해에는 더 많아졌다. 50대 이상 고객의 구매 객단가가 18만원을 기록, 30대 고객 구매 객단가(17만원)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스포츠 매장에서 200만원 이상 구매한 50대 이상 고객 매출이 2010년에 비해 1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여성 시니어 고객층의 레깅스, 요가복 등의 구매도 크게 늘었다. 그동안 레싱스, 요가복은 주로 젊은 여성 고객들이 구매했던 품목들이다. 롯데백화점의 작년 스포츠 의류 매출이 9.8% 늘어난 것에는 시니어 고개층의 구매 확대가 한몫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문화센터에서 진행한 ‘요가 필라테스’ 강좌의 경우 50대 이상 연령대의 여성 고객이 전년보다 30% 이상 늘었고, 강좌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다.

고객들이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요가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 ‘스마트 시니어’도 증가 추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스마트 시니어’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 시니어는 온라인과 모바일 소비 활동을 활발히 하는 시니어를 일컫는 말로 50대 비중이 80% 이상인 상대적으로 젊은 시니어 층이다. 신한 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스마트 시니어의 온라인 쇼핑 이용실적이 빠르게 증가해 작년 3분기에 전체 온라인 고객 실적 중 10%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온라인 쇼핑 이용금액도 스마트 시니어가 35만8000원으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30대는 30만7000원, 40대는 29만7000원이었다. 50대 위주의 스마트 시니어보다 연령 층이 높은 일반 시니어 층은 13만8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조사한 ‘2015 소비자행태조사(MCR)’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애플리케이션 활용으로 일상생활이 편리해졌다’는 응답이 50대 중심의 시니어 층(68%)에서 가장 높았고, 디지털기기 보유율도 스마트폰 93%, 노트북 32%로 30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외모를 꾸미는 데 돈을 지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응답자도 67%로 30대(65%), 40대(57%)보다 많았다.

연령대별 1인당 온라인 쇼핑 이용금액.

신한 트렌드연구소 관계자는 “스마트 시니어의 최신 쇼핑 플랫폼(소셜커머스 등) 이용 증가율은 오히려 젊은 층보다 높다”며 “향후 소셜커머스나 O2O(Online to Offline) 배달업체 등을 이용하는 스마트 시니어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유통업계, 관련 이벤트·강좌 확대

주요 유통업체들은 시니어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8일까지 잠실점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스포츠·건강 박람회’ 행사를 진행하고 신세계 백화점은 3월부터 시작하는 봄학기 강좌에서 시니어 관련 강좌 수를 40% 이상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전문가 초빙 강좌, 와인 소믈리에 과정, 창업 멘토링 강좌 등 시니어 부부들의 인생설계에 도움을 주는 강좌를 제공, 시니어 고객의 발걸음을 이끄는 전략이다.

박상영 롯데백화점 남성스포츠부문장은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으로 젊은 고객층을 메인 타깃으로 했던 스포츠 상품군에 변화가 일고 있다”며 “스포츠 상품군에서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른 50대 이상 고객을 위한 행사와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