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국내 생명보험사 '빅3'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영업 정지와 대표이사 제재 등 중징계를 받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3개 대형 생명보험사에 대해 영업 일부 정지(삼성생명 3개월·한화생명 2개월·교보생명 1개월)와 과징금 최대 8억9000만원을 부과하는 안을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해당 생명보험사는 약관에 고객이 책임개시일 2년 이후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기재해놓고 고의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또 보험금을 청구한 유가족에게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금감원이 보험금 지급을 문제 삼아 보험사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건 처음이다. 제재안은 다음 달 금융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되며, 이 경우 3개 생보사는 재해사망보장이 주계약이나 특약으로 들어간 상품을 영업정지 기간 동안 팔 수 없다.

금감원은 또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문책 경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주의적 경고로 제재하기로 했다. 문책 경고(중징계)를 받으면 대표이사 연임이 불가능하고, 주의적 경고는 경징계 처분인 만큼 연임 여부와 무관하다.

공교롭게 교보생명 오너(지분 33.78%)인 신창재 회장은 다음 달 임기 만료임에도 연임에 지장을 받지 않게 됐고, 월급쟁이 사장인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신창재 회장은 금감위 제재심의위원회 직전 '백기 투항'해 제재 수준을 낮췄다. 미지급 자살보험금 1134억원 중 200억원만 지급하겠다고 주장하다가, 23일 제재심의위원회 개회 4시간을 남겨두고 돌연 지급 수준을 672억원으로 높이겠다고 꼬리를 내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오너인 교보생명은 회사 손실을 무릅쓰고라도 대표이사 중징계를 막아야 했을 것"이라며 "대표이사가 월급쟁이 사장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자리 보전보다 회사 수익을 중시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