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이끄는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이 동반 퇴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최순실씨 일가 지원과 K스포츠·미르재단 출연 관련 의혹에 대해 조사받았다. 특검팀은 이번달 28일 수사종료 전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최 실장과 장 차장에 대해서도 기소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차장은 이르면 3월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최 실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2년 6월 김순택 전 실장의 후임으로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미래전략실장으로 부임한 후 임원 ‘새벽 출근’과 특유의 카리스마로 독한 삼성을 주문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 차장은 1990년대부터 회장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 삼성의 컨트롤타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삼성그룹의 대외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차장이 사의를 표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미래전략실 해체를 포함한 경영쇄신안 발표시 거취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두 삼성 수뇌부의 퇴진에 이재용 부회장의 결정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차장이 몸담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는 마당에 조직의 수장들이 계열사로 자리를 옮겨 요직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삼성 내부의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2008년 삼성 특검 직후 전략기획실이 해체될 때 이학수 실장(부회장)과 김인주 팀장(사장)이 동반 퇴진했다”면서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차장 역시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지난 17일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 방향을 언급하지 않는 점을 주목한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사내망에 “각자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달라”는 글을 올렸을 뿐이다. 재계는 삼성이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독자경영을 알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미래전략실 중심의 비상경영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미래전략실 해체가 대국민 약속이라는 점에서 삼성은 예정대로 실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8일 특검이 종료되고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이르면 3월 초 삼성그룹 차원의 경영쇄신안 발표와 함께 부분적인 사장단 인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계열사로 복귀한다.

재계 관계자는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차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당시 이재용 부회장을 도와 ‘위기의 삼성’을 이끌었던 주역”이라면서도 “지난해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불거진 미래전략실 책임론과 ‘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형 악재가 퇴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