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전남 나주로 이전한 한국전력의 경우 2009년 수주한 400억달러짜리 UAE(아랍에미리트연합)의 원자력발전소 공사를 주관하는 사업부는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 두고 있다. 약 80명의 직원이 이곳에서 일한다. UAE 원자력공사가 "업무 효율을 높였으면 좋겠다"며 관련 인력을 서울에 남겨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한전은 또 외국에서 새 공사를 발주하면 입찰팀을 꾸리는데 직원 수십 명이 한두 달씩 서울에 머문다. 건설사, 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꾸릴 때가 잦은데 이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강원혁신도시에 있는 한국관광공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의 70% 이상이 서울을 찾는다. 명동·동대문시장·남산 등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명소 10곳도 모두 서울에 있다. 여행사·항공사·호텔 등 관광업계 주요 인프라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데 정작 관광공사는 원주에 있어 직원들의 출장 횟수만 늘고 있다.

25일 전북 전주로 이전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한 달에 200명 이상 찾아오는 외국인들과 업무 협의를 하려면 해외 담당 펀드매니저 등 직원 40~50명 정도는 서울에 상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기금운용본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돈을 쥐고 있는 '갑'이라고 하지만 좋은 투자처는 찾아 나서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은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만이라도 서울이나 수도권에 두게 해달라"고 읍소한다. 외국인 사업 파트너를 만나거나 외국인 대상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경우 접근성이나 비즈니스 인프라 측면에서 서울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이전한 해당 지역에서는 "그런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에 머무는 직원이 늘어나 지방 이전 효과가 희석된다"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