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새 동력을 찾지 못하면 혁신도시들은 '낙동강 오리 알'로 전락할 겁니다."(조명래 단국대 교수)

도시 개발 전문가들은 혁신도시 정책을 리모델링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혁신도시 계획에 따르면 혁신도시 개발은 3단계로 진행된다.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1단계 작업은 완료됐다. 지금은 2단계로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하는 시점이다. 2021년부터는 공공기관과 클러스터가 확산하면서 본격적인 효과를 보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1단계부터 특색 없는 '잡탕 도시'가 되는 바람에,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국면에서 기업과 연구소들이 외면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각도 보완책을 마련해, 혁신도시의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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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강력한 인센티브로 기업을 유치해라

혁신도시들이 공공기관 청사와 아파트만 덩그러니 서 있는 도시가 되지 않도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원제무 한양대 명예교수는 "민간 기업이 늘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비가 늘어 도시에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이전 기업·연구소에 대한 세제 지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기업 유치를 위해선 '친(親)기업 인프라'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법무 서비스, 회계, 광고, 디자인, 전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손쉽게 받을 수 있어야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혁신도시는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이 이전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런 점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청년 인재가 '살고 싶은 도시'로 가꿔라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예산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혁신도시 주거 환경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산학연 클러스터에서 일할 젊고 우수한 R&D(연구·개발) 인력일수록 삶의 질(質)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도서관·백화점·극장 등 문화시설이 부족하다" "종합병원이 근처에 없다" 등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혁신도시가 '기러기 도시'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10개 혁신도시에는 직원 약 3만2000명 중 1만3500명이 자녀 교육, 배우자 직장 등 문제로 혼자 이사한 상태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대형 할인점, 극장, 아이들 놀이시설 등이 없어 가족을 데려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③정부-지자체 상생 모델 만들어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혁신도시를 제로섬 게임(zero-sum game·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은 손해) 구도로 볼 게 아니라 상생하는 수단으로 볼 필요가 있다. 혁신도시를 기반으로 새 성장 동력을 만들면 중앙정부 세수도 늘어나 서로 윈-윈 구도가 될 수 있다. 혁신도시를 키울 재원 마련 등에서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 원제무 한양대 명예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1:1 매칭 펀드 형태로 지역 개발 기금 등을 만들어 장기 투자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환경, 에너지 등 도시 기반 시설 분야 등에서 중앙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④정책 컨트롤타워 구축해라

노무현 정부의 정책인 혁신도시는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뒷줄로 밀렸다. 이명박 정부는 7대 광역경제권 개발, 박근혜 정부는 18개 창조혁신센터를 지역 개발의 축으로 삼았다.

김재홍 울산대 교수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국 산업단지를, 국토교통부가 혁신도시와 신도시 등을, 기획재정부가 지역에 투입될 예산을 맡는 등 정부 부처가 따로따로 움직이고, 지자체도 각자 길을 가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릴 만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차기 정부가 새로운 지방 개발 전략을 꺼내지 말고 이미 10년이나 진행된 혁신도시를 잘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