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여성 직장인 황모씨는 4년 전 독립해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음식 재료 배달 서비스 '마켓컬리'가 새벽에 집으로 보낸 친환경 야채를 갈아 만든 스무디를 매일 아침 식사 겸 마시고 출근한다. 퇴근 후엔 가볍게 운동을 하고 틈나는 대로 집 꾸미기를 즐긴다. 주말에는 주로 요리해 식사를 한다. 황씨는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지금 생활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 일에 지쳐 퇴근했을 때 집에 누가 있어 상대해야 하면 오히려 더 피곤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에 두 끼 정도는 혼자 먹고 '혼술'(혼자 술 마시기)도 익숙하다. 16~33㎡(5~10평) 정도 되는 원룸을 선호한다. 부모 도움을 받아 집을 사기보다는 자기가 번 돈으로 전·월세를 산다. 자녀 학군 걱정이 없으니 직장과 가까운 동네가 최적 거주지다. 약간 외롭긴 하지만 자유로운 생활과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즐거움 덕분에 지금의 삶에 상당히 만족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3일 발표한 '2017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드러난 한국 싱글들의 생활 방식이다. KB금융은 연소득 1200만원 이상인 20~40대 1인 가구 1500명을 조사해 보고서를 냈다. 2005년 317만명(전체 인구의 20%)이었던 한국의 1인 가구는 2016년 520만명(27.2%)으로 크게 늘었다. 과거 1인 가구 중에 배우자와 사별(死別)한 고령층이 많았던 반면, 요즘의 '나 홀로족'은 40대 이하가 절반 이상(52.8%)을 차지할 정도로 젊어진 것이 특징이다.

◇혼자 사는 이유는 "그저 편해서"

분석 결과 황씨처럼 홀로 사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혼자 먹고 놀기를 즐기는 이가 적지 않아, '솔로 경제'가 미래 한국 소비 시장에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설문에 참여한 싱글들은 혼자 살게 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학교·직장 문제'(35.7%)와 '그저 혼자가 편해서'(29.7%)를 꼽았다. 거주하는 주택은 원룸이 33.7%로 가장 많았고 10명 중 4명(40.2%)은 16~33㎡ 정도 집에 살고 있었다. 전·월세 보증금은 75.3%가 '스스로 마련한다'고 했다.

1인 가구가 말하는 혼자 사는 이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상당수는 '홀로 활동에 익숙하다'고 답했다. 특히 혼자 식사하는 일은 10명 중 8명 가까이(77.2%)가 익숙하다고 답했고 혼자 쇼핑(67.6%)하거나 혼자 운동(46.9%)하는 일도 편하게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는 빈도에 대해선 평일 하루 두끼를 혼자 먹는 이들이 41.5%로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세끼를 모두 혼자 먹는다는 싱글은 10.2%인데, 주말이 되면 이 비율은 17.8%로 올라갔다.

◇싱글 절반 "앞으로도 쭉 혼자 살래요"

1인 가구는 혼자 살면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스스로 의사결정(84.4%, 복수 응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좋아했다. 혼자만의 여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75.9%)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혼자 사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싱글(34.7%)이 어쩔 수 없어 혼자 산다는 이들(19.2%)보다 훨씬 많았다.

홀로 사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단어를 선택해달라는 질문에는 10명 중 6명(58.6%)이 '자유로운'을 꼽았고 '자립심이 강한'(32.8%), '여유로운'(28.5%)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이 뒤를 이었다. 절반 정도(49.7%)는 앞으로도 혼자 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외로움 같은 심리적인 불안(46.2%)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았고, 특히 여성의 경우엔 안전 문제가 신경 쓰인다는 이들이 과반(54.1%)이었다.

혼자 사는 데 대한 만족도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높았다. '혼자만의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여성은 모든 연령층에서 70~80%대로 높았지만, 남성의 경우 20대 초반에 70.6% 수준인 만족도가 30대 후반엔 60.2%로 내려갔고 40대 후반으로 가면 간신히 절반을 넘었다(53.0%).

KB금융 경영연구소 '1인 가구 연구센터' 서정주 센터장은 "편안함과 자유 등을 위한 자발적인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이가 많다는 점은 앞으로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