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복제약)’이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크게 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블록버스터 당뇨병 치료제의 재심사가 만료되면 복제약이 쏟아질 태세이기 때문이다. 보통 제네릭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 매출에 타격을 준다. 당뇨병 치료제 외에도 오리지널 비염치료제, 항혈전제, 고혈압제의 복제약 개발도 활발하다.

◆ 베링거인겔하임 ‘트라젠타’ 9월 재심사 만료…유한양행 매출 타격 입을까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제네릭 허가를 위해 승인받은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이하 생동성시험)’ 계획건수는 12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사진)'와 같은 성분의 제네릭 개발건(복합제 포함)이 18건(14.6%)으로 가장 많았다.

삼진제약이 지난해 6월 처음으로 트라젠타 제네릭 생동성시험에 착수한 이래 현재 종근당, 대원제약, 휴온스, 신일제약 등이 생동성시험이 들어간 상태다.

생동성시험은 ‘오리지널’과 동일한 주성분을 함유한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동등한 약효를 나타내는지를 입증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임상시험이다. 제약사가 제네릭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트라젠타의 주성분인 리나글립틴의 생동성시험이 가장 많은 이유는 오는 9월 트리젠타의 재심사가 만료됨에 따라 제약사들의 제네릭 개발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재심사는 신약의 허가 후 안전성과 유효성 및 적정한 사용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심사하는 제도인데, 재심사 기간 동안에는 제네릭 허가는 제한된다.

오는 9월 오리지널 제품인 트라젠타의 재심사 기간이 만료되면 리나글립틴 제네릭은 바로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트라젠타의 주요 특허는 오는 2024년 만료된다.

트라젠타의 연간 처방액은 복합제를 포함해 1000억원가량으로 국내에서 최상위권 매출을 자랑한다. 유한양행이 국내에서 코프로모션(판매 대행)하고 있는 트라젠타는 지난해 9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 비아그라의 경우 제네릭이 출시되자 매출이 급감했다”며 “저렴한 제네릭 제품이 쏟아지면 오리지널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제품이 출시되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타리온’·‘브릴린타’ 등도 생동성시험 승인건수 많아

트라젠타에 이어 지난해 제네릭 허가를 위해 생동성시험 계획을 승인 받은 건수가 많은 의약품은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제 ‘타리온(베포타스틴)’과 항혈전제 ‘브릴린타(티카그렐러)’였다. 타리온이 15건(12.2%), 브릴린타가 10건(8.13%)으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타리온(사진)은 일본 제약사 미쓰비씨다나베가 개발한 제품으로 동아에스티가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타리온의 경우 지난해 처방 규모가 200억원대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로 올해 12월 25일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브릴린타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차세대 항혈전제로 2011년 국내에서 허가된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조만간 매출 100억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브릴린타의 경우 특허만료 시점(2021년)까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시장 규모를 보고 국내 제약사들이 미리 제네릭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항혈전제 시장은 6000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식약처는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대사성, 심혈관계, 중추신경계 의약품 개발이 매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전체 생동성시험 승인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치매 등의 노인성 질환과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의 개발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치료영역별로 본 2016년 생동성시험 승인 의약품 분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