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여러 가지 화학성분 중 인체에 생리학적인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것은 카페인과 클로로겐산이다. 클로로겐산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카페인은 정신을 맑게 하고 생활의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커피 효과의 주성분이다.

커피와 카페인, 또는 카페인의 약리효과, 건강에 미치는 효과 등에 대해서는 수많은 학술논문과 연구결과가 축적되어 있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와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신경활동이 활발해지며 피로감이 줄고 도파민의 방출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커피를 적당히 섭취하면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커피에 포함되어 있는 카페인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간암, 결장암, 제2형 당뇨병, 담석의 예방에 도움이 되어 커피를 적당량 마시면 이러한 질병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특히 2015년 미 생리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카페인이 우리 세포 안에 들어오는 포도당의 수송을 제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 몸에서 당의 흡수를 방해하여 당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카페인에는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는 경우 심한 이뇨작용, 빈맥, 혈압상승,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등을 유발하며 위장 소장 등의 내분비계와 심장질환에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의사가 혈압문제나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커피를 끊으라고 권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일반적으로 커피 한 잔에는 50~38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이와 비교해 콜라 한 캔에는 30~50 mg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같은 양이라면 커피보다 녹차 잎에 카페인이 더 많지만 차로 끓이게 되면 한잔당 카페인 함유량은 커피 쪽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녹차 한 잔을 우려내는데 드는 녹차 잎의 양(2g 정도)보다 커피 한 잔 끓이는데 필요한 커피 가루(8~10g)가 상대적으로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핸드드립 커피보다 에스프레소 커피가 농축되어 높은 밀도로 추출되긴 하지만, 에스프레소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핸드드립 커피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낸다. KOSEN Expert의 보고서에 따르면 에스프레소 한 잔에 카페인이 58~76mg이 들어있고 240ml 한 잔을 추출한 커피에는 72~130mg이 들어있다. 에스프레소 한 번에 추출하는 양이 30ml士5ml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섭취되는 카페인 양은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

중볶음 커피를 이용하여 추출한 100ml의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일반적인 화학성분들이다. 이 성분들은 블랜드 정도, 로스팅 정도, 분쇄정도, 추출방법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커피 한 잔의 카페인 함유량은 커피 종류와 로스팅의 정도, 분쇄입자의 크기, 그리고 추출하는 방법에 따라 제각기 다르다.

만약, 커피 한 잔을 로부스타 커피로 추출을 한다면 고급 아라비카 커피보다 최대 2배까지 카페인을 많이 추출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로부스타 커피 품종이 아라비카 커피품종보다 2~4배까지 카페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생콩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질, 유기산, 클로로겐산, 미네랄 등의 여러가지 성분이 있는데 이러한 성분들은 로스팅하면서 많이 소실되거나 다른 성분으로 변화한다. 아래의 표는 아라비카콩을 로스팅 하기 전과 후의 성분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알카로이드라는 성분 속에는 카페인이 들어있다.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클로로겐산은 중강볶음 이상의 로스팅에서는 70~80%이상이 퀸산과 카페산으로 변화되어 로스팅 후에는 절반이하로 소실된다. 하지만 카페인은 볶음 정도와는 상관없이 열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페인은 커피추출 온도(약 85°C 이상)에서 쉽게 용출된다. 만약, 중강볶음 이상으로 다크하게 로스팅을 한 원두를 이용하여 커피를 추출한다면 클로로겐산은 이미 다른 성분으로 바뀐 상태이지만 카페인 함량은 거의 변화가 없으므로 결국에는 카페인이 더 많이 추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분쇄하는 커피입자의 정도에 따라서도 카페인 함량이 달라질 수 있는데, 곱게 갈면 물과 접촉하는 표면적이 넓어져서 커피성분이 쉽게 나오게 된다. 이때, 카페인 성분도 굵게 분쇄한 커피보다 훨씬 쉽게 나오게 된다.

또 커피를 침지하거나 여과하는 추출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카페인 함량을 달리 뽑을 수있다. 핸드드립 방법으로 커피가루에 물을 통과시키며 성분을 뽑아낼 것인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압력을 가하여 커피성분을 뽑을 것인가, 장시간 물에 침지하여 성분을 우려낼 것인가, 불에 올려 달여가며 추출할 것인가 등에 따라 카페인 함량은 달라진다.

물의 온도와 추출시 물의 양, 추출시간에 따라 카페인 추출 함량이 다르다. 물의 온도가 80도 이하일 때에는 적게 추출된다. 그러나 물의 온도가 80도일 때에는 카페인이 쉽게 그리고 가장 많이 추출된다. 그 이상의 온도에는 카페인이 지속적으로 더 많이 추출되지는 않는다(김주애 논문 ‘아라비카 커피의 추출 조건에 따른 카페인의 추출함량의 변화’, 2013).

흔히 ‘더치커피’라고 불리는 콜드브루 커피는 실온의 물(25도)로 장시간 추출하는 것으로 분쇄커피에 비해 10~15배 이상의 물을 주로 사용한다. 이것은 실온의 낮은 온도로 추출하므로 고온으로 추출하는 것보다는 카페인양이 적게 나오게 되나 사용하는 물 양이 한잔의 커피추출에 사용하는 물의 양보다는 훨씬 많아 카페인성분이 더 많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콜드브루 커피에도 적지않은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콜드브루 커피의 카페인 함량 정도는 추출 방식이 침지방식이냐, 여과방식이냐에 따라 또 추출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커피를 장시간 침지시켜 추출하는 방식은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증가한다. 반면 상온의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추출하는 여과방식은 3시간 정도 진행할 때 카페인 함량이 가장 높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줄어든다(김아람 논문, 2013).

일반적으로 콜드브루커피는 아메리카노보다 카페인 성분이 4배 이상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나라마다 하루 카페인 권장량이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의 일일 섭취 권장량은 성인의 경우는 하루 400mg 이하, 임산부는 300mg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 2.5mg/kg(체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성인은 대부분 커피를 통하여 카페인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한해 동안 성인 1인당 대략 25,000mg의 카페인을 섭취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를 커피 잔 수로 환산하여 보면 대략 성인 1인이 한해 동안 230잔에서 625잔의 커피를 마신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웰빙을 위해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함께 카페인 함량은 줄이면서도 커피 향미를 유지할 수 있는 저카페인 커피 개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70℃ 이상의 고온을 사용하는 통상의 고온 추출 방법이 아니라 40℃ 이하의 저온수를 사용하되 가압을 통해 커피 추출물을 얻는 방법으로 카페인 함량을 줄이면서도 커피 향 성분의 발산을 억제시켜 커피의 향을 진하게 만들 수 있는 특허를 출원한 기업도 있다.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카페인 성분은 추출방법이나 조건에 따라 함량 차이가 크게 난다. 그러므로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 한 잔이 어떻게 추출되어 제공되는 것인지, 그리고 카페인 함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개략적으로 추측해 볼 필요가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때 내 몸의 반응도 느껴보아야 한다. 그래서 카페인이 내 몸에 흡수되어 긍정적인 작용만 할 수 있는 커피의 적당량을 알고 마시는 것이 커피를 즐기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